“코로나로 일자리 5개 중 4개 위태… 2차대전 이후 최악”

입력 2020-04-09 04:01
1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안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일자리 5개 중 4개가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우, 올 2분기에만 1억2500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7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날 ‘코로나19가 세계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결과 2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81%의 기업이 부분적인 휴·폐업에 들어갔고, 전 세계 노동자 33억명 중 27억명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ILO는 노동시장이 “세계2차대전 이후 가장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지난달 2500만명으로 예상했던 연말 실업자 수치를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LO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올 2분기에만 총 6.7%의 노동시간 감소가 예상된다. 이는 1억9500만명의 정규직 노동자가 일시에 해고되는 것과 같은 파급 효과를 가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세계 각국이 이동제한령을 내림에 따라 기업들이 문을 닫고 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ILO는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2분기 동안 1억2500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보고했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은 중동이다. 보고서는 중동 국가들의 2분기 노동시간 감소를 8.1%로 보고, 500만명의 정규 근무자가 실직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날 것으로 예측했다.

고용에 대한 충격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하게 다가온다. 보고서는 세계 노동시장의 61%를 차지하는 20억명의 비공식 부문 노동자가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을 위한 실업 보조금을 필요로 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공식 부문이란 자영업, 가사노동 등 근로계약에 의한 보호를 받기 힘든 직업군을 뜻한다. ILO는 이들이 정상적인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기에 각국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종별로 보면 숙박업과 요식업이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ILO는 이를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 셧다운 등 이동을 제한하는 정책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제조업, 유통업, 부동산업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업종 종사자는 전체 노동인구의 38%에 해당하는 12억5000만명에 달한다.

ILO는 코로나10 이후 고용 상황을 ‘재앙(catastrophe)’이라고 표현하면서 각국 정부의 발 빠른 대처를 요청했다.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은 “노동자와 기업들은 선진국, 개도국을 가리지 않고 재앙적인 상황에 처해있다”며 “우리는 빠르고, 결단력 있고, 협동하면서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ILO는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연말까지 최대한 경제 실적을 회복할 것, 그리고 적극적인 국가정책으로 노동수요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핵심은 노동자가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배제되지 않도록 연결고리를 남겨놓는 것이다. 사태가 진정된 후 기업 실적을 책임지는 것은 결국 고용이라는 설명이다.

국가 간 협력과 소수자 보호 또한 침체된 노동시장을 되살리는 데 중요한 요소로 언급됐다. 라이더 사무총장은 “현 상황에서는 한 국가가 무너지면 다른 국가들도 연쇄적으로 무너진다”며 “우리는 상호 협력하에 사회적 약자를 우선으로 사회 모든 부분에 도움의 손길이 미칠 수 있도록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