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전환 논란 점입가경… 배민의 ‘배신’인가

입력 2020-04-09 04:05

배달의민족(배민)을 둘러싼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광고 수수료를 정률제로 적용키로 한 배민의 서비스 전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소상공인들에게 ‘불난 집에 기름 부은 격’으로 해석되고 있다. 배민은 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배신의 민족’이라는 비판 여론은 여전히 거세다. 여론을 뒤집을 만큼 배민 측의 설득력 있는 해명도 나오지 않고 있다.

배민의 비즈니스 모델은 굉장히 단순하다. ‘음식점주-배달대행업체-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인 배민의 수익은 광고 수수료를 통해서만 나온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연결’에 대한 비용(수수료)을 지불하는 방식의 플랫폼 시장에 대한 회의감도 적잖이 제기되고 있다.


2010년 6월 사업을 시작한 배민은 2011년 3월 사업자를 낸 뒤 2016년에야 처음으로 영업이익을 냈다. 3년간 착실하게 흑자를 쌓아가던 배민은 지난해 다시 적자(영업손실 364억2973만원)를 냈다. 지난해 요기요, 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DH)가 1000억원을 마케팅에 투입하면서 배민도 공격적인 마케팅 경쟁에 뛰어든 결과다.

이를 뒤집기 위해 수익성 개선에 나서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배달 플랫폼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배민의 주 고객은 소상공인이고, 상당수 열악한 자영업자들이 배민과 동반자적 관계에 놓여 있다. 배민의 수수료 정책에 따라 영세 자영업자들의 희비가 갈리고 사업 성패도 갈릴 수 있다. 독점적인 사업자인 배민이 수수료 인상으로 분위기를 몰고 가면 시장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기업가 정신’과 그에 따른 책임감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8일 “최근 소비 환경에선 기업이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느냐는 마인드가 중요하다”며 “(이번 수수료 체계 전환은) 이런 마인드가 부족해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민의 수수료 체계 개편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상황일까. 그렇지 않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배민 측은 계획에 따른 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해명했지만, DH 합병 이후를 내다보고 수수료 인상 수순을 밟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배민은 독일계 DH로 합병되기 전인 지난해 12월 2일 정률제인 ‘오픈 서비스’로 개편을 예고했다. 배민은 지난해 광고 1개당 8만원을 받는 정액제(부가세 포함 8만8000원)인 ‘울트라 콜’과 성사된 주문당 매출의 6.8%(부가세 포함 7.48%)를 적용하는 정률제 ‘오픈리스트’ 두 가지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깃발 꽂기’가 기업형 사업자들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에 따라 오픈리스트의 수수료율을 2020년 4월부터 5.8%로 1% 포인트 내리기로 했었다.

여기에다 코로나19라는 비상시국을 읽어내지 못한 점, 동반자인 소상공인들의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지 못한 점에 대한 비판 또한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우아한형제들이 김범준 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내고 “즉각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비판이 끊이지 않는 데는 우아한형제들이 DH에 매각된 데 따른 배신감도 크게 작용한다. 이렇게 되면 요기요, 배달통에 이어 배민까지 DH가 국내 배달 앱 시장을 100% 가까이 차지하게 된다. 배민이 DH에 40억 달러(약 4조7500억원)를 받고, 10조원이 넘는 국내 배달 앱 시장을 DH에 넘긴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배민은 시장을 독식한 DH가 수수료에서 폭리를 취하고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독과점에 대해서는 섣불리 단정짓기 어렵다. 독과점이라 하면 진입 장벽이 높아야 하는데 배달 앱 시장은 누구든 뛰어들 수 있다. 시장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배민이 독점적 지위를 함부로 휘두를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DH가 시장을 선점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 급변하기는 어렵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민과 DH의 합병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도 볼 수 있다”며 “국민 정서상 합병에 대한 거부감이 크겠으나 글로벌 시장 경쟁을 감안하면 달리 생각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문수정 정진영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