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총장에 문자로 감찰 통보한 한동수’ 규정 위반 논란

입력 2020-04-09 04:03

한동수(사진)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일방적으로 감찰에 착수한다는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규정 위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사안이 언론사들의 녹취록 제출 거부로 처벌·징계 근거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인 데다 중징계 등 중요사건은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는 감찰심의위원회 심의 절차도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윤 총장이 규정 위반을 들어 감찰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한 본부장은 전날 종합편성채널 채널A와 윤 총장 측근 현직 검사장 유착 의혹과 관련해 윤 총장에게 “감찰에 착수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당시 하루 병가를 낸 상태였다.

대검이 해당 의혹과 관련해 언론사들에 녹취록과 녹음파일 등을 제공해 달라고 협조 요청하는 등 진상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 본부장이 일방적으로 감찰 착수를 언급한 것이다. 윤 총장은 문자 메시지를 받기 전까지 감찰 개시와 관련한 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대검이 언론사들에 협조를 요청한 녹취록과 녹음파일 등이 검토되지 않은 사항임을 들어 “위법 여부를 판단한 뒤 감찰 여부를 결정하자”고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MBC는 채널A 기자가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측과 접촉하고, 이 과정에서 윤 총장 측근 검찰 간부와 친분을 내세워 그를 압박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대검은 진상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한 본부장의 감찰 개시 통보를 두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무부의 감찰규정은 형사처벌이나 징계의 처분이 가능하다는 상당한 근거를 요구하고 있는데, 근거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감찰 착수가 일방적으로 선언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검은 두 언론사에 녹취록과 녹음파일 등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받지 못한 상황이다. 해당 검사장이 통화했다는 음성 등 명백한 증거도 드러난 것이 없는 상태다.

대검 감찰심의위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도 규정 위반이나 직권남용 소지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대검 감찰규정에 따르면 검사와 4급 이상 공무원 사건이나 사회적 이목을 끄는 사건은 중요 감찰사건으로 분류해 감찰 심의위원회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와 감찰 사안이 중첩될 때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최근 채널A 기자와 검찰 고위 간부를 취재원 협박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대검 감찰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진상조사 중인데 선거가 끝나고 감찰 착수를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의구심을 표했다. ‘상당한 이유’나 심의위 결론이 없어 윤 총장이 감찰 중단을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현저히 부적절한 감찰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이 중단을 지시할 수 있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