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암환자 정신건강 ‘저평가-저치료’ 악순환

입력 2020-04-12 20:51

모든 질병이 인간에게 고난을 주지만 특히 암은 환자와 가족에게 엄청난 고통과 정신의학적 증상을 겪게 한다. 요즘처럼 감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암환자들의 불안도 더 커지게 된다.

암환자와 가족이 감내해야 하는 정신적, 사회경제적 고통은 매우 심각한 경우가 많으며, 암환자의 정신 건강은 신체건강과 상호작용 하면서 암의 예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암환자의 정신 건강에 대해 ‘저평가 저개입 저치료’의 악순환이 반복되어왔다.

암은 가장 중요한 생물학적 소인 외에도 사회 환경적, 정신적 악화 요인들이 중첩되어 발현된다. 따라서 암의 예방, 치료, 재활의 전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이 고려되어야 한다. 전체 암환자의 절반가량이 정신의학적 증상을 겪으며 특히 암이 악화, 재발, 전이되는 경우 정신질환의 발병률이 더 높아진다. 실제 암환자의 정신건강 문제들은 다양하다. 첫 번째로 암환자가 가장 많이 겪는 정신건강 문제는 불안장애(전체암 40%, 진행암 80%)로서 암에 대한 ‘반응성 불안’, 신체상태·약물에 의한 ‘기질성 불안’, 기존의 악화된 ‘불안장애’, 존재·죽음 관련 ‘실존적 불안’이 있다.

두 번째, 암환자에게 빈번하게 나타나는 우울장애(전체암 30%, 진행암 70%)는 위기·상실·좌절 관련 ‘반응성 우울’, 신체상태·약물에 의한 ‘기질성 우울’, 악화된 ‘우울장애’가 있다.

세 번째, 기질성 인지장애(전체암 25%, 진행암 60%)로서 약물 및 신체상태 악화로 인해 뇌기능이 저하된 ‘혼동·섬망’이 대표적이다.

네 번째, ‘불면증·과면증·수면주기장애·수면수반증’ 등 수면장애(전체암 40%)가 있다. 그밖에 수술, 항암약물, 방사선 등 암 치료방법들이 직접 초래하는 정신의학적 합병증들도 흔하며, 통증 및 식욕부진, 쇠약, 오심, 구토 역시 정신증상과 상호 작용한다.

암환자와 가족들은 정신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늘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며,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최근 ‘코로나19’로 암환자들의 불안과 걱정도 커졌지만, 항암치료 기간 등을 제외하면 면역력 저하상태가 아닌 경우가 많으므로 크게 위축될 필요는 없다. 영양 보충과 기력, 일상 활동, 수면을 골고루 챙기면서 몸 건강과 마음 건강을 보완하면 우리 암환자들도 거뜬히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음먹기를 통해 위기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고, 암 치료에도 도움이 되도록 환자와 가족들 그리고 의료진 모두가 합심해야할 시기이다.

조성진 원자력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