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에 평균 1억… ‘싹 온 스크린’에 투자 아끼지 않아”

입력 2020-04-09 04:08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공연이 잇따르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예술의전당이 유튜브로 선보인 ‘싹 온 스크린’이 큰 주목을 받았다. 사진은 ‘싹 온 스크린’에서 선보인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 예술의전당 제공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은 전 세계 극장과 예술단체가 앞다퉈 공연을 유튜브 등 온라인으로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예술의전당이 지난달 20일부터 유튜브로 선보인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이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4일까지 2주간 조회수 73만7621회, 누적 시청자 수 6만3654명을 기록했다. 상영 때마다 약 3000명 이상의 시청자가 관람한 셈으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객석(2400석) 수를 훨씬 넘겼다.

‘싹 온 스크린’은 예술의전당이 2013년부터 진행한 공연예술 영상화 프로젝트로 지금까지 40편 정도 제작됐다. 뮤지컬, 연극, 오페라, 발레 등 다양한 공연을 영상에 담아 지역 문예회관이나 학교 등에 무료로 배급해 왔다. 객석에서 단조롭게 촬영한 국내 다른 공연 영상과 달리 실제 공연 못지 않다는 평가다.

신태연 제작PD는 2015년부터 ‘싹 온 스크린’ 영상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제공

2015년부터 예술의전당에서 공연 영상화 사업을 담당한 신태연(32) 제작PD는 7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싹 온 스크린’은 영화관 상영을 전제로 한 작업이기에 고화질·고음질의 영상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싹 온 스크린’은 클로즈업과 풀샷, 롱테이크 등 입체적 시퀀스가 돋보인다. 촬영과 편집에 공을 들인 덕분이다. 촬영 시에는 영화용 4K 카메라와 서라운드 5.1 채널 스피커 등 고품질 장비를 사용하는데, 투입 양도 상당하다. 가령 오페라 ‘마술피리’는 카메라 15대와 마이크 100개가 동원됐다. 카메라 1대당 3~4명의 인원이 필요해, 연출·녹음·후반 작업 인원까지 다 합해 60명 이상이 투입되기도 한다.

감각적 영상을 위해 촬영도 2~3회차를 거듭한다. 공연을 객석에서 원테이크로 촬영한 뒤 작품 성격에 따라 클로즈업이나 추가 촬영을 진행해 영상에 삽입하는 식이다. 실내악단 노부스 콰르텟의 공연 실황은 녹음만 7번이 진행됐다. 신 PD는 “그렇게 촬영된 데이터를 모으면 편당 10테라바이트 이상이 된다. 이를 편집·보정해 완성본을 만들기까지 4~7개월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편당 제작비가 상상 이상이다. 공연 장르와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실제 공연 못지않다. 신 PD는 “편당 평균 제작비는 1억원 정도인데, 대형 작품은 3억원 이상도 든다”고 전했다.

해외에서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메트: 라이브 인 HD’나 영국 국립극장의 ‘NT 라이브’가 10여년 전부터 공연 영상화를 시작했다. 신 PD는 “우리 작품들은 세계 유수의 공연 영상화 사업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수익이 아닌 공익을 위한 사업이라는 점도 매력이다”고 말했다. 그는 “싹 온 스크린이 코로나19로 힘든 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된 것 같아 기쁘다”면서 “‘영상을 보니 실제 공연도 너무나 보고 싶어졌다’는 반응이 많았다. 앞으론 영상과 공연이 서로 시너지를 내는 관계로 발전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