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국경 개방 방역이라는 원칙을 유지해 온 정부가 결국 고강도 입국제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부는 한국발 여행객에게 입국금지 조치를 취한 나라를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해외발 입국자로 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발생이 늘어나자 개방성 원칙에서 일부 후퇴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최근 입국자 중 외국인은 10%에 불과해 방역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우리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는 나라에 대해 사증(비자) 면제와 무사증 입국을 잠정 정지하고 불요불급한 목적의 외국인 입국제한을 확대하겠다”며 “개방성의 근간은 유지하되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제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한국발 여행객에게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는 가운데서도 일본을 제외하고는 맞대응하지 않았다. 국내외 이동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코로나19 유입을 막는 개방 방역 원칙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해외발 코로나19 감염자 유입 우려가 급격히 커지면서 결국 강력한 입국제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해외유입 감염은 지난 2주간 발생한 신규 확진자(1247명)의 47%(583명)를 차지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8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전날 대비 53명 증가해 총 1만384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의 26%는 해외유입 사례였다.
정부 결정에 그동안 외국인 입국금지를 주장해 온 의료계는 환영했다. 자국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기 어려워 ‘치료 도피처’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비록 해외유입 확진자 중 외국인 비율은 10~20%에 불과하지만 자가격리 협조가 안 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고, 언어와 문화 차이로 외국인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의 고충도 컸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외유입 감염을 막는 방역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나타난 해외유입 감염 사례(832명)의 92.1%는 내국인이었다. 전체 입국자 중에서도 약 90%가 내국인이다. 이런 한계를 알면서도 정부가 외국인 입국제한을 강화한 건 지난 1일부터 시행한 자가격리 의무화의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던 탓으로 풀이된다. 당초 정부는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의무화 시행 후 하루 평균 단기체류 외국인은 100명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김강립 중대본 제1총괄조정관은 브리핑에서 “(단기체류 외국인 입국자가) 현재 하루 120명대, 130명대가 계속 유지가 되고 있어서 아직 자가격리 의무화의 감소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며 “예상보다 줄지 않아 단기체류 외국인을 위한 임시격리시설도 추가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예슬 조성은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