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해 17조7000억원을 추가 투입한다. 핵심은 돈을 미리 당겨 쓰면서 시중에 돈이 돌게 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3조원 이상의 물품을 선(先)구매하고 민간도 지출을 유도하기 위해 카드 소득공제율을 최대 5배 인상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제4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이 같은 내수 보완 방안을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선결제·선구매를 통한 수요 창출이다.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아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피해 업종 수요를 보완하기 위한 해법으로 제시된 것이다.
정부는 우선 900억원 규모의 업무추진비를 외식업체 등에서 미리 결제하고, 추후 사용할 계획이다. 1600억원을 투입해 출장 등에 필요한 항공권도 물량의 80%를 미리 구매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외식·항공업계를 지원하는 조치다. 정부는 하반기에 열리는 국제 행사와 축제 대금, 외주사업 조기 계약 체결에도 최대 80%를 먼저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온라인 개학에 필요한 스마트기기, 학교 비품과 방역·위생 물자, 의약품 등에 대한 총 8000억원 지출도 상반기에 할 방침이다. 자동차업계 지원을 위해 업무용 차량도 상반기 구매 물량을 4000대로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하반기로 예정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가운데 1조2000억원도 조기 집행한다. 이번 방안에 나온 공공기관의 각종 선결제 규모는 3조3000억원에 이른다.
공공기관의 선결제·선구매를 민간으로 확대하기 위해 정부는 카드 소득공제율 대폭 인상 카드를 빼들었다. 이른바 ‘착한 소비 캠페인’이다. 4~6월 중 코로나 피해 업종인 음식·숙박·관광·공연·여객운송업에서 신용·체크카드를 쓰면 소득공제율을 80%까지 적용한다. 카드 소득공제율은 지난 2월 15~30%에서 최대 5배를 넘게 됐다. 개인사업자와 법인도 선구매에 참여하면 지급 금액의 1%를 세액공제한다.
14조4000억원 규모의 세 부담 완화도 추진한다. 약 700만명의 개인사업자 종합·개인지방소득세 신고를 5월에서 8월로 연기하기로 했다. 약 12조4000억원 규모다. 또 중소기업은 ‘상반기 결손금 소급공제’를 내년에서 올해 8월로 앞당겨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번 대책에는 자영업자에 대한 직접적 세금 감면은 담기지 않았다.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감소분의 세금 신고는 내년에 이뤄진다는 점과 정부의 세수 부족 문제가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