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WHO 중국 중심적… 지원 끊을수도”

입력 2020-04-09 04:03
사진=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해 “매우 중국 중심적”이라고 비판하면서 미국의 자금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에 코로나19 사태의 책임을 떠넘겨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엔 WHO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실제로 자금 지원을 중단할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국제사령탑 역할을 하는 WHO의 대응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WHO는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받는다. 우리가 내는 돈의 비중이 가장 크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WHO는 (중국에 대한) 나의 입국금지 조치에 동의하지 않고 비판했다”면서 “그들은 매우 중국 중심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WHO는 많이 틀렸다”며 “(경고의) 때를 놓쳤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들이 (코로나19를) 일찍 알 수 있었고 몇 달 먼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할 수 있었다”면서 “만약 그들이 그랬더라면 우리는 그것(코로나19)에 대해 매우 조심스럽게 조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WHO에 지급되는 돈을 보류할 것”이라며 “아주 강력하게 보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WHO 자금 지원을 보류하는 것이 좋은 생각이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들여다본다는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WHO가 정말 일을 망쳐버렸다(blew it)”면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들은 미국의 자금을 받으면서도 매우 중국 중심적”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정치매체 더힐에 따르면 미국은 WHO 예산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은 2021 회계연도 예산 요청액 중 WHO에 대한 재정 지원을 전년도 1억2200만 달러(약 1489억8600만원)에서 5800만 달러(약 780억2900만원)로 절반가량 축소했다.

WHO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중국 정부를 감싸는데 급급해 적극적으로 위기경보를 울리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