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내비 세대’는 명확한 지시를 바란다

입력 2020-04-09 04:07

입사한 지 3개월 된 A씨는 회의가 끝나면 보고서를 작성한다. “주요 발언 정리해서 보고서로 올려”라는 암구호 같은 지시에 A씨는 질문한다. 주요 발언의 기준은 무엇인지, 분량은 어느 정도로 하면 되는지, 언제까지 제출하면 되는지 등. 핀잔을 들을 걸 알면서도 A씨는 정확한 일 처리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8일 ‘한국기업의 세대갈등과 기업문화 종합진단 보고서’에서 A씨와 같이 명확한 지시를 바라는 2030세대를 ‘내비게이션(navigation) 세대’라고 규정했다. 반면 A씨에게 지시를 내리는 윗세대는 직접 부딪혀 가며 눈치껏 업무를 체득한 ‘맵(map·지도) 세대’로 칭했다.


30개 기업 직장인 1만2920명을 조사한 결과 20대 응답자 중 ‘리더의 지시가 명확하다’고 느낀 경우는 40.7%로 절반을 밑돌았다. 30대 응답자 중 이에 동의한 경우는 31.0%에 불과했다. 반면 50대의 51.9%가 리더의 지시가 명확하다고 답했다. 지시를 내리는 사람은 지시가 명확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모호하다고 느낀 것이다.

대한상의는 이 같은 차이가 성장 환경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윗세대는 지시에 ‘왜’라고 질문해본 경험이 거의 없고 충직한 자세로 업무에 임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던 반면 아랫세대는 맞춤형 사교육에 익숙해 구체적인 설명과 정확한 가르침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차이에도 전 세대는 조직 내 업무 가이드라인이 부실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직무기술과 그에 따른 업무 가이드라인이 잘 갖춰져 있다고 답한 경우는 39.8%에 불과했다.

회식의 만족도는 대체로 높지 않았다. 4050세대는 80% 이상이, 2030세대는 65% 이상이 팀빌딩 활동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하지만 ‘회식이 재미있다’고 답한 경우는 전 세대에서 25%를 넘지 않았다.

야근에 대한 인식 차도 두드러졌다. 50대 응답자의 42.8%는 ‘성과를 위해 야근은 어쩔 수 없다’고 답한 반면 20대의 26.9%만이 이에 동의했다. 심층면접 결과 윗세대는 맡겨진 일을 우선하는 ‘의무 중심’ 사고방식을, 아랫세대는 근로계약서상 근무시간을 중시하는 ‘권리 중심’ 사고방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