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됨에 따라 일부 영양제·의약품이 면역력 강화를 내걸고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 의사들은 부정확한 정보와 과대광고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최근 비타민을 사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공영홈쇼핑에서는 비타민C 2400세트가 20분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이는 해외에서 코로나19 환자에게 비타민C를 다량 주사하는 치료법이 쓰인다고 알려지면서 감염병 예방에 비타민C가 효과적이라는 오해가 생겼기 때문이다. ‘타이레놀’ 품귀현상도 나타났다. 타이레놀은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진통제다. 관련해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부프로펜 계열의 소염·진통제의 부작용을 연구 중이라며 코로나19 의심 환자에게 타이레놀을 처방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WHO는 이 권고를 이틀 만에 철회했지만 “WHO의 권고”라는 소문을 듣고 타이레놀을 구매하려는 이들이 늘어 사재기 현상까지 발생했다.
일명 ‘마늘주사’와 ‘백옥주사’ 등 수액 주사제도 인기다. 이것은 개원가에서 일부 의료기관이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내걸고 ‘면역증강주사제’를 광고한 탓이 크다. 홍보물에는 이들 주사제가 면역력을 강화해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준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참고로 마늘주사는 피로회복에 관여하는 비타민B1의 활성화를 돕는 ‘푸르설티아민’ 주사제다. 맞고 나면 입에서 마늘향이 느껴져 마늘주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피부가 밝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백옥주사는 ‘글루타치온’ 주사제로, 글루타치온은 에너지 생성·소비 과정에서 체내에 쌓이는 활성산소의 독성을 중화하는 인체 기능을 촉진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영양제·의약품들이 코로나19 예방 효과와 무관하다고 지적한다. 김봉영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반적인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은 특정 질병을 예방하거나, 뚜렷한 인체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며 “비타민C의 코로나19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과학적·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이레놀은 통증과 발열 등 감기몸살 증상을 완화하는 약일 뿐,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효과는 없다”며 “지금처럼 코로나19 확산 상황에는 감기몸살 증상이 있다면 가정에서 스스로 약을 복용하기보다 질병관리본부의 안내에 따라 신속히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수액 주사제 맹신도 금물이다. 김광준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푸르설티아민이 비타민B1의 활성화를 돕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지만, 체내 활성화비타민B1가 단기간에 증가한다고 해서 면역력이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글루타치온을 투여 받은 사람의 몸에서 항산화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는 미지수”라며 “항산화 작용이 면역력에 관여하거나 바이러스를 막는다는 말은 사실 무근”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질병 예방과 치료에는 면역력이 중요한데, 이를 단기간 강화하는 약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성주 쿠키뉴스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