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부족… 간병인 심각

입력 2020-04-12 18:33
공적 마스크 수급이 원활해져 ‘마스크 대란’은 잦아들었지만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병인들은 여전히 마스크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지난달 23일 전국 1590곳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3만7000명의 간병인에게 보건용 마스크를 공급키로 했다. 이는 방역당국이 환자와 밀접 접촉하는 간병인의 업무 특성을 반영해달라는 간병인단체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뤄진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간병인들에게 마스크는 부족한 실정이다.

간병인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고된 병원 종사자에 포함되지 않아 의료기관 내 마스크 공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전까지 간병인들은 자비로 마스크를 구매해야 했지만, 간병인 상당수가 이주민이고, 국민건강보험 가입자가 아닌 탓에 공적 마스크 구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건강보험에 가입한 상태여도 공적 마스크 구입은 녹록치 않다. 적잖은 병원들이 외부 감염을 우려해 근무 중에는 병원 밖 외출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서 외국인 대상 코로나19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김동훈 서남권글로벌센터장은 시로부터 마스크를 지원받아 요양병원 간병인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기자는 지난 7일 김 센터장의 도움으로 마스크 지원 현장을 돌아볼 수 있었다. 김 센터장은 “간병인의 감염사례가 있었지만, 정부의 방역 대책은 존재하지 않았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환자를 상대하다보니 위험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마스크를 전달받은 병원 간병인들은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기자가 만난 간병인들은 소속 의료기관으로부터 짧게는 2~3일, 길게는 일주일에 1장의 마스크만을 지급받고 있었다. 때문에 마스크 1장을 2~7일 동안 계속 사용하는 형편이었다. 김 센터장은 “방역은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지 국민의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선 거주자 전체에 대한 방역이 이뤄져야 한다. 마스크를 사지도 못하게 하면서 마스크를 쓰라고 하면 간병인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의 건강도 보호받기 힘들다”고 답답해했다.

간병인 마스크 지급 문제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병원 내 청소노동자 등이 감염돼 사회적 파장이 일었었다. 의료진이 아닌 탓에 그들에게 충분한 보호 장구가 지급되지 않았고, 이는 원내 감염으로 이어졌다.

김철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병원은 정규직으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감염관리로 끝내선 안 되고 간병인뿐 아니라 청소직원 등 병원 내 모든 직원의 감염관리가 돼야 병원 내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노상우 쿠키뉴스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