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마스크 5부제가 정착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약국은 여전히 바쁘다. 약사들은 마스크 판매와 조제·복약지도 등 기존 업무를 처리하느라 숨 돌릴 새도 없다. 기자는 공적 마스크를 판매 현장에서 일일도우미로 분해 약사와 마스크를 사려는 이들의 분주한 하루를 경험할 수 있었다.
마스크 5부제 시행 2주차인 주말 경기도 수원시의 한 약국. 판매 시간 전부터 약사는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취재에 도움을 준 김성남 약사는 마스크 5부제 시행 이후 휴일지킴이 약국을 자처했다. 참고로 수원에서만 100여곳의 약국이 휴일지킴이 약국을 추가 신청해 마스크를 분배 중이다.
약국에 들어서자 김 약사가 가장 먼저 권한 것은 마스크착용과 손 소독이었다. 김 약사는 조제·매약 환자 응대, 마스크 계산·배부 등을 맡았고, 기자는 구매자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주민등록번호를 중복구매방지시스템에 입력하기로 했다. 약국 안의 방역은 상당한 체력을 요하는 일이었다.
오후 1시 판매가 시작되자 대기 중이던 손님 5명이 약국에 한꺼번에 들어왔다. 김 약사는 손님들에게 약국 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안내했다. 계산을 위해 줄을 선 이들에게는 “간격을 넓게 띄워 줄을 서 달라”고 외쳤다. 김 약사는 마스크를 받는 손님들의 손바닥에 손소독제를 뿌려줬고, 약국 실내 곳곳에도 소독 스프레이를 분사했다.
이날 하루 동안 각양각색의 신분증을 볼 수 있었다.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 뿐만 아니라 장애인등록증, 국가유공자증, 청소년등록증, 국제학생증, 국제교사증, 외국인등록증 등 낯선 ‘증’들이 쏟아졌다. 인적사항 표기 위치와 형식이 제각각인 신분증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재빨리 찾아 중복구매방지시스템에 오류 없이 입력하고 있자니 진땀이 났다.
일일 도우미를 자처했지만 도울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구매자들이 마스크 대리구매, 신분증 대체 서류, 아동용 마스크 입고 일정 등을 연거푸 질문할 때마다 기자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바삐 마스크를 배부하던 김 약사는 틈틈이 궁금증 많은 손님들에게 마스크 5부제 안내 자료를 보여주곤 했다.
처방전을 든 환자들도 약국을 방문했다. 발가락 사이가 아프니 어떤 약을 먹어야 하냐고 묻는 손님부터 제산제, 관장약, 진통제 등을 구입하려는 환자들도 줄을 이었다. 김 약사는 “약사 혼자서 운영하는 1인 약국에서는 공적 마스크 판매를 포기하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 재고 안내 애플리케이션은 약국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듯 보였다. 마스크를 판매한지 40여분이 지나자 마스크 재고를 묻는 전화가 수시로 울렸다. 김 약사는 대부분 사람들이 앱에서 재고를 확인한 뒤에도 약사에게 직접 구매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온다고 했다.
이날 마스크 400장은 한 시간 만에 동이 났다. 김 약사의 약국에 입고되는 공적 마스크는 평일 200여개, 주말 400여개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동네에서 누구나 찾기 쉽고, 중복구매방지시스템을 원활히 적용할 수 있는 곳은 약국뿐”이라며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약국이 수고해야 할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약국의 공적 판매처 역할은 마스크 5부제가 종료되는 6월 말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한성주 쿠키뉴스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