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중반에 접어들면서 우려했던 막말 공방과 고소·고발전이 격화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코로나19 위기 극복론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과 경제실정 심판론을 내세운 미래통합당의 대결로 압축된다. 거대 양당은 정책과 공약을 부각시키기보다 자극적인 막말과 맞고소로 상대방 비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뜩이나 정치 혐오에 빠진 유권자들의 실망도 커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막말로 가장 주목받은 이는 통합당 서울 관악갑 김대호 후보다. 그는 “30대 중반, 40대는 논리가 아니다.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라고 말해 세대 비하 논란을 자초했다. 게다가 이런 말도 했다. “장애인들은 다양하다. 1급, 2급, 3급…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 이 발언은 통합당 지지 기반인 노인층 비하로 비치기 충분했다. 경기 부천병 차명진 후보는 TV토론 중 세월호 관련 자극적인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광화문 세월호 텐트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보도한 기사를 토론에서 언급한 것이다. 통합당은 8일 두 후보자 제명이라는 최고 수위의 징계를 결정했다. 막말이 불러올 부정적 파급효과가 그만큼 컸고, 통합당도 그만큼 다급했다는 뜻이다.
선거를 총괄해 이끌고 있는 양당 지도부에서도 막말과 말실수가 잇따랐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왜 이렇게 부산은 교통체증이 많을까, 도시가 왜 이렇게 초라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지역 폄하로 읽힐 소지가 있고, 여당 대표로서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더 심각하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텔레그램 n번방에 호기심으로 들어간 사람은 신상 공개 여부를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해 큰 비난을 받았다. 통합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문재인 대통령 교도소 무상급식” 발언이 나와 선거운동 시작도 전에 사과 먼저 해야 했다. 여기에 더해 ‘돈키호테, 애마, 시종’ 발언을 놓고 양당 지도부 간 맞고소전까지 벌어졌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이 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돈키호테에 비유했기 때문이다. 또 황교안 대표를 애마로,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을 시종에 빗댔다.
정치인의 막말과 실언은 국민들의 정치 혐오와 환멸을 키워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상대의 잘못은 엄중히 비판하되 정도와 품격을 지켜야 한다. 막말로 여론을 얻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국민 앞에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 9일부터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면 선거 향방을 쉽게 예측하기 힘들어진다. 당장의 기세를 잡기 위한 후보자들의 막말은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유권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막말과 비방을 일삼는 저질 정치인을 떨어뜨리면 된다.
[사설-정치 바꾸는 유권자의 힘 ⑥] 막말 판치는 선거, 저질 정치인 떨어뜨리자
입력 2020-04-09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