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때문일까… 항문질환 호소 늘어

입력 2020-04-12 18:34 수정 2020-04-22 09:44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추가 연장한 가운데, 항문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신체활동이 줄고, 집에서 앉거나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만약 대변 후 휴지에 피가 묻어나오거나 변기 안이 붉게 물든다면 ‘치질’을 의심해봐야 한다.

치질은 ‘치핵’, ‘치열’, ‘치루’ 등 항문질환을 넓게 이르는 말이다. 가장 흔하게 발병하는 치핵은 항문 안의 혈관 조직인 정맥총이 부풀어 생기는 질환이다. 배변 시 피가 비치지만 별다른 통증이 없는 경우에는 초기 치핵일 가능성이 높다. 오래 앉아있거나 변을 볼 때 과도하게 힘을 주는 습관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이인규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신체활동이 줄면 기본적으로 장운동이 저하돼 변비를 유발하기 쉽다”며 “변비 때문에 과도하게 힘을 주면 복압이 높아지고, 항문 주변 정맥이 거꾸로 올라가지 못해 부풀어 오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대변을 볼 때 선홍색 피가 난 경우 가장 흔한 질환이 치핵”이라고 전했다.

치열은 항문이 찢어지는 질환이다. 크고 굳은 대변이 항문을 통과할 때 잘 발생한다. 치핵과 치열은 경증인 경우 생활습관 개선 등으로 쉽게 회복되지만, 증상이 만성적으로 진행되거나 생활 속 불편이 매우 큰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중증 치핵은 튀어나온 조직을 잘라내는 수술이 요구된다. 항문 주위 피부가 찢어졌다 아물었다를 반복하는 만성 치열의 경우, 괄약근 압력을 낮춰주거나 좁아진 항문을 넓혀주는 수술 치료가 이뤄진다. 항문주위 피부에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치루는 장기간 방치하면 암의 원인이 될 수 있어 발생 시 주의해야 한다.

항문질환은 항문경 검사나 직장수지검사 등을 통해 진단이 비교적 간단하지만, 직장암 등 심각한 질환의 전조증상일 수 있어 치질 증상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김형진 은평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직장암의 증상이 치질과 유사한데, 직장이 항문 바로 윗부분에 위치해있기 때문”이라며 “직장암인 경우에도 배변 시 붉은 피가 나올 수 있고, 치질 증상 중 하나인 잔변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치질로 병원을 찾았다 직장암으로 진단 받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