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는 어디서 치료받나… 음압병동 확보 1곳 불과

입력 2020-04-12 20:50
정신질환자 중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한 음압병동 구축이 시급하다. 사진은 국립정신건강센터의 환자 이송 모습.

청도 대남병원을 시작으로 대구 제2미주병원 등 정신병원 폐쇄병동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끊이질 않고 있다. 아직 코로나19 유행이 진행 중이며 향후 신종 감염병 대비를 위해 국립정신병원에 정신질환 확진자를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앞서 방역당국은 청도 대남병원을 코호트 격리(의료기관 전체 봉쇄 조치)를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정신질환 확진자의 특수성 때문에 인근 의료기관으로의 이송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었다. 만약 전국 5개 국립정신병원에 음압병동이 구축돼 있었다면 어땠을까. 정신질환 확진환자의 긴급 이송이 용이해져 확진-사망자 수는 현저히 줄어들 수 있었다.

현재 국립정신병원 중 음압병동이 있는 곳은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유일하다. 때문에 대남병원과 대구 제2미주병원 환자 상당수가 센터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지금도 18명의 환자에 대한 격리치료가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영문 센터장은 “전국 국립정신병원마다 음압병동이 하나씩 구비돼 있다면 한 번에 약 100여명의 정신질환 감염자의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음압병동 한 유닛 구축에는 약 40~50억 원이 소요된다. 전국 5개 국립병원에 음압병동을 조성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200억 원 남짓. 이와 관련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정부세종청사 정례 브리핑에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집단발병 사례들이 있었고 사망자도 발생을 해 여러 대응들이 필요하다는 문제인식을 갖고 있다”며 “국립정신병원의 음압병동의 추가확보와 별도 병동을 마련하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정신과 폐쇄병동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도 요구된다. 청도 대남병원 환자들의 대다수는 고령층이었고, 가족과 사회로부터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한 장기입원 환자들이었다. 첫 사망자의 입원기간은 자그마치 20년. 이 센터장은 “장기입원자들은 오랜 기간 약을 복용해 면역력도 매우 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열악한 병실 환경은 화를 키웠다.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일 해본 의료진이라면 한 명의 환자가 감기에 걸릴 시 삽시간에 전 환자에게로 퍼진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이는 코로나19도 마찬가지였다. 앞선 의료기관의 병상 간격은 1.5미터가 채 되지 않는다. 이 센터장은 “현재의 폐쇄병동은 생활방역이 불가능한 구조로 요양병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센터장은 코로나19 이후 정신질환 당사자의 치료 시스템에 근본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정신과 환자들의 의료급여는 내과 환자의 70% 가량이어서 병원 운영자 입장에서는 ‘박리다매’로 환자를 많이 받는 게 관행이었다”며 “정신병원 시설이 방역에 용이하도록 개선돼야 하고 장기입원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인 정신질환 당사자는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설이 마련돼야 안타까운 희생을 줄일 수 있다”는 말.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위한 치료. 의료가 왜 존재하는지, 국가의 책무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양균 쿠키뉴스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