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결국 코로나에 항복… 1210조 사상 최대 부양책 발표

입력 2020-04-08 04:05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일 오후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도쿄도 등 7개 광역자치단체에 대한 긴급사태 선포를 발표한 후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일 도쿄 등 7개 지역에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긴급사태 선언과 함께 121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책도 결정됐다.

NHK 등은 아베 총리가 이날 오후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정부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도쿄도와 가나가와현, 사이타마현, 지바현 등 수도권을 포함해 오사카부, 효고현, 후쿠오카현까지 모두 7개 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긴급사태를 선언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 지사는 8일 0시부터 시민과 기업을 대상으로 외출 자제, 영업 정지 등을 요청할 수 있게 됐다.

아베 총리는 긴급사태 선언에 대해 “일본 경제는 전후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빠르게 늘어 국민의 생활과 국가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의 행동 변화”라면서 “대인 접촉을 70~80% 줄여 달라”고 요청했다. 발령 기간은 일본의 황금연휴인 ‘골든위크’가 끝나는 다음 달 6일까지 한 달간이다.

지난 6일 도쿄 중심부 한 지하철역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의 모습으로 대다수가 마스크를 쓰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의 긴급사태 선포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실시하는 봉쇄령과 달리 강제성을 띠지 않는다. 주민들에게 외출을 자제하도록 요청할 수는 있지만 외출한다고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병원, 약국, 도매시장, 식료품 판매점, 슈퍼마켓, 편의점, 은행, 공중목욕탕 등은 정상 영업이 가능하다. 전철, 버스 등 대중교통 운행도 유지된다.

다만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재택근무를 최대한 실시하고, 불가능한 경우 근무 인력을 평소의 70% 수준으로 줄이라”고 당부했다. 또 “이 바이러스의 무서운 점은 증상이 전혀 없는데도 감염된 사람이 많다는 것”이라면서 “이미 자신이 감염자일지도 모른다는 의식을 모두가 가져 달라”고 강조했다.

체육관, 백화점, PC방, 술집 등에 대해서는 지자체에서 휴업이나 휴관을 요청할 계획이다. 긴급사태가 발령된 지역의 초·중·고등학교는 휴교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임시 의료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소유자 동의 없이 토지와 건물을 사용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그간 경기 후퇴를 우려해 긴급사태 선언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지난 4일 도쿄 확진자가 처음으로 하루 100명을 넘어서고 의료 붕괴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방향을 틀었다는 게 일본 언론의 분석이다.

이날 오후 열린 임시 각의에서는 108조엔(약 121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통과됐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일본 정부는 가구당 30만엔(약 340만원)을 지급하고 아동수당을 받는 가구에는 자녀 1인당 1만엔을 추가 지급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에는 최대 200만엔(약 2240만원)이 지급된다.

이날까지 일본의 코로나19 감염자는 총 5149명, 누적 사망자는 108명으로 집계됐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