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나라 곳간 적자가 10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정부의 실질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사상 최대가 됐다. 국가부채는 사상 처음 1700조원을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불어닥친 올해는 수입과 지출 부문 모두 악화할 것이 확실시돼 국가 살림살이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7일 ‘2019회계연도 결산’을 통해 지난해 총수입은 473조1000억원, 총지출은 485조1000억원이라고 밝혔다. 경기 부진으로 세금은 덜 들어온 반면 재정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지출은 크게 늘었다.
나라 곳간은 뻥 뚫렸다. 총수입과 총지출 균형을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는 -12조원을 기록했다. 이 지표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2015년) 이후 처음이며 적자폭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7조6000억원) 이후 최대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적립금이 많은 사회보장성기금을 걷어낸 관리재정수지는 실제 정부의 재정 상황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다. 그런데 지난해 54조4000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적자 규모가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가장 컸다.
나랏빚인 국가채무(중앙정부+지방정부)는 총 728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48조3000억원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5.9%에서 38.1%로 증가했다.
중앙정부 채무(약 600조원)에 국가가 고용한 공무원, 군인에게 향후 지급해야 할 연금을 포함한 ‘국가부채’는 전년도보다 3.6% 늘어난 174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약 1409만원이다.
문제는 올해다. 적자 살림은 더 악화할 전망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총수입은 77조8000억원이다. 반면 같은 기간 총지출은 104조원을 기록했다. 연초부터 정부가 수입보다 많은 지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까닭에 1~2월의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도 각각 26조2000억원, 30조9000억원 적자가 났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같은 기간 기준 2011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가장 컸다. 심지어 1~2월 지표에는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되지도 않았다. 총수입 측면에서 코로나19와 관련된 세금 신고가 없었고, 정부의 총지출도 2월 이후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정부는 올해 총 479조2000억원 수입을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반면 정부의 올해 512조원 지출 계획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차 추경을 발표하며 올해 지출 규모를 520조8000억원으로 늘렸다. 국가채무는 815조5000억원, 국가채무비율은 41.2%까지 올라갔다.
여기에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2차 추경을 통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전체 가구 100%에 지급하면 약 13조원이 필요하다. 정부가 이를 다 빚으로 충당하면 국가채무는 828조5000억원, 국가채무비율은 41.8%까지 증가한다. 3차 추경 가능성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부채가 줄줄이 대기하는 셈이다. 정부는 애초 2023년까지 국가채무비율을 47.9%까지 늘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급속하게 증가하면 국가채무비율 40%대가 더 빨리 깨질 가능성이 크다.
성장률 하락도 부담이다. 현재 국가채무비율 계산식에 반영되는 올해 명목 GDP 전망치는 1980조2000억원이다. 이는 2.4% 성장을 전제로 한 수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올해 한국 경제가 ‘역성장’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는 상황이다. 명목 GDP가 예상보다 낮아지면 국가채무비율은 훨씬 더 높아진다. 이 경우 국가 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이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