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의 수수료 개편 논란, 기업결합 심사에 ‘독’되나

입력 2020-04-08 04:07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국내 배달 앱 1위인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수수료 체계 개편과 관련해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하며 제동을 걸었다. 공정위는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배달 앱 2·3위 요기요·배달통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DH) 간 기업결합 심사를 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이 기업결합 심사 기간 중 가맹점주와 소비자 권익 침해 우려가 제기된 수수료 체계 개편을 밀어붙인 것이 결과적으로 합병하는 데 발목을 잡을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재신 공정위 사무처장은 7일 배민의 수수료 체계 개편과 관련해 “기업결합과 관련한 독과점 여부를 심사받는 도중 수수료 체계를 뜻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소상공인의 유불리를 떠나 배민의 시장 지배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적인 사례라고 본다”고 밝혔다. 배민이 가맹점주 등의 반발에도 수수료 체계 개편을 밀어붙인 것은 그만큼 배달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과시한 것으로 경쟁 당국이 판단했다는 뜻이다. 우아한형제들은 기존 월 8만8000원 정액으로 받던 수수료를 이달부터 매출의 5.8% 정률제로 바꿨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가 심해진 상황에서 이러한 요금제 개편이 결과적으로 소상공인 부담을 높이는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의 핵심 기준은 기업결합이 경쟁 제한을 초래하는지와 소비자 등의 효율성이 높아지는지 여부다. 우아한형제들과 DH가 운영하는 배달 앱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90%가 넘는다. 지난해 말 두 기업의 합병 발표 때만 해도 업계에서는 국내 배달 앱 시장의 해외 시장 확대를 강조하며 공정위의 전향적 판단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배달 앱 주가는 뛰고 소상공인들 부담은 커진 상황에서 우아한형제들 측이 수수료 체계 개편을 밀어붙이자 여론은 금세 돌아섰다.

신현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수료 체계 개편은 기본적으로는 기업의 경영적 판단”이라면서도 “수수료 개편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가맹점주들이 다른 배달 앱으로 갈아타기 어렵다면 이는 경쟁 제한적 요소가 작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가열되자 우아한형제들은 김범준 대표 명의로 공식 사과까지 했다. 하지만 수수료 체계 개편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공정위는 수수료 체계 개편 영향뿐 아니라 두 기업 합병에 따른 정보 독점 우려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를 예고했다. 우아한형제들과 DH가 소비자의 주문 내용과 지역 상권 특징 등 다양한 정보를 독점했는지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필요하면 현장조사까지도 감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조사 변수가 다양해지면서 공정위의 심사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 1월 현대산업개발(HDC)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3개월 만에 합병을 승인했다. 공정거래법에 보장된 기업결합 심사 기간은 최장 120일이지만 추가 자료 요구 등에 걸리는 기간은 심사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