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감염된 보리스 존슨(사진) 영국 총리가 6일 밤(현지시간) 증상이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중환자실 이송 이후 존슨 총리의 병세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상황이다. 그가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언론 보도도 나오기 시작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존슨 총리의 건강상태가 악화돼 의료팀 조언에 따라 오후 7시쯤 집중치료병상(Intensive Care Unit)으로 옮겨져 훌륭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고열과 기침 증세로 전날 저녁 런던 세인트토머스병원에 입원한 존슨 총리는 하루도 안 돼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집중치료병상은 일반적인 의료설비로는 관리하기 어려운 중증환자 등을 24시간 감시하며 필요시 신속한 구급조치를 취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영국 정부 관계자들은 뉴욕타임스(NYT)에 “존슨 총리는 의식이 있는 상태”라며 “(이번 입원은) 존슨 총리가 산소호흡기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예방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존스 총리와 가까운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환자실로 옮겨진 총리의 증상에 차도가 없다고 전했다.
55세의 존슨 총리는 지난달 2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런던 다우닝가에 있는 총리 관저에서 자가격리에 들어간 그는 그간 영상회의 등을 통해 국정을 챙겨왔다. 입원 당일 오후까지만 해도 트위터에 “기분이 좋고, 바이러스와 싸우고 모두를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나의 팀과 계속 연락하고 있다”는 글을 남기며 국민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BBC에 따르면 영국은 총리가 정상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권한대행에 대한 법 규정이 없다. 다만 일종의 ‘지정 생존자(designated survivor)’를 정해둔다. 영국 총리실은 존슨 총리가 도미닉 라브(46) 외교장관에게 이 역할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라브 장관은 2010년 보수당 소속으로 처음 정계에 진출한 젊은 정치인이다. 4년 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에서 찬성파 핵심 인물로 활동하며 유력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라브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은 정상적으로 계속 운영될 것”이라며 “총리의 지시대로 코로나19를 물리치고 국가가 이 위기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가 집중치료병상으로 옮겼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야당 정치인들도 총리의 쾌유를 기원했다. 키어 스타머 신임 노동당 대표는 “매우 슬픈 뉴스”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시기에 나라의 모든 이들은 총리와 그의 가족과 함께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존슨 총리에게 “미국인 모두 그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위로를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이형민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