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망치를 뛰어넘는 1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코로나19 확산에도 삼성은 반도체, LG는 생활가전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가 2분기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업계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삼성전자는 7일 올해 1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55조원, 영업이익 6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15%, 10.61%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4.98%, 영업이익은 2.73% 증가했다. 증권가 예상치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부터 시장 기대를 상회하는 실적을 잇따라 내놓으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엔 반도체 강세가 실적 하락을 막았다는 평가다. 반도체 사업부문은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최근 코로나19에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되는 DDR4 8기가비트(Gb) D램 제품의 고정 거래가격은 2달러 후반대로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등 인터넷 데이터 수요가 늘면서 서버·데이터용, PC용 제품 판매가 증가하고 반도체 수요 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컴퓨팅 전문업체 아카마이에 따르면 지난 2월 말부터 한 달간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은 30%나 증가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비롯한 비디오 스트리밍 사용량의 증가로 트래픽 폭증을 감당하기 위해 업계는 신규 서버 증설에 나서고 있다.
달러 강세도 일조했다. 분기 평균 환율이 전분기 달러당 1175.8원에서 올 1분기 1193.6원으로 20원가량 상승하면서 수출대금 원화 환산액도 증가해 매출 상승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반면 디스플레이(DP) 사업부와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적자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높다. LCD 수익성 하락과 스마트폰 부진으로 인한 OLED 물량 감소 등이 요인이다. TV 시장의 경우 도쿄올림픽 연기로 ‘스포츠 빅이벤트’ 특수에 대한 기대도 사라졌다. 업계는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과 TV 수요가 전년 대비 각각 30%, 22%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1분기 매출액 14조7287억원, 영업이익 1조904억원의 잠정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2%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21.1%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긴 것은 2018년 1분기(1조1000억원) 이후 2년 만이다.
성수기가 시작되는 계절적 영향과 더불어 코로나19 확산으로 공기청정기, 식기세척기, 에어컨 등 살균 기능이 있는 위생가전 판매가 호조를 보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의류관리기 등 신가전과 렌털 사업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문제는 2분기 이후부터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요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면서 실적 악화가 현실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현지 생산공장 가동 중단, 대형 매장 폐쇄 등 여파도 이달 이후 본격화하면서 장기화될 경우 심지어 4분기까지 악영향을 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시작된 세계적인 오프라인 유통 제한으로 인해 전자업계의 2분기 영업이익 하향은 불가피하다”며 “2분기 실적 방어 여부는 결국 반도체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