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코로나 환자 2명 ‘혈장치료’로 부작용 없이 회복

입력 2020-04-08 04:01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이 지난 2월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방문한 환자를 안내하고 있다. 뉴시스

중증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처음 시도된 회복기 혈장치료가 효과를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에 걸렸다 회복된 사람으로부터 기증받은 혈장을 투여받은 환자 2명이 부작용 없이 완치됐으며 1명은 퇴원했다. 전문 치료제와 예방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혈장치료가 사망 위험이 높은 중증·위중 환자 치료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팀은 7일 대한의학회지(JKMS) 온라인판에 게재한 연구논문에서 심각한 폐렴으로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이 동반된 코로나19 환자 2명에게 완치자의 혈장을 사용해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기저질환이 없었던 71세 남성은 코로나19 확진 뒤 항말라리약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에이즈치료제 칼레트라 등의 치료를 받았지만 폐렴 증상이 나아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의료진은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고 2주가 지난 남성의 회복기 혈장 500㎖를 채취해 12시간 간격으로 두 번 투여했고 스테로이드 치료를 병행했다. 이후 환자는 열이 떨어지고 염증수치(C-반응성단백)도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흉부X선상 양쪽 폐도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았다. 특별한 부작용은 없었다. 그는 현재 음성으로 완치 판정을 받았다.

평소 고혈압을 앓았던 67세 여성도 비슷한 방식으로 혈장 투여와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은 후 면역세포(림프구) 수가 회복되고 바이러스 농도가 감소했다. 이 여성은 완치 판정을 받고 지난달 말 퇴원했다.

최 교수는 “중증 폐렴을 치료하려면 바이러스 증식과 과도한 염증 반응을 모두 잡아야 하는데, 스테로이드는 염증 반응을 호전시키고 혈장 속 중화 항체는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혈장치료의 관건은 충분한 양의 중화 항체가 들어 있는 적절한 공여자를 찾는 일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건강한 완치자들이 자발적으로 기증해 줘야 한다”면서 “국내 완치자가 6600명을 넘는 만큼 경증이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기증에 적극 참여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최 교수는 “혈장 기증자를 모집하고 혈장을 확보해 적절히 배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혈장치료에 긍정적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종 조율 중인 혈장치료 지침을 조만간 발표하고 회복기 혈장 확보와 투입 관련 체계가 가동될 수 있게 신속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최지웅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