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가 5월 초 개막을 목표로 2020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를 준비한다. 전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의 억제다. 앞으로 2주간 코로나19가 확산세로 돌아서지 않으면 오는 21일로 예정된 연습경기가 시작된다.
KBO는 7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류대환 사무총장과 10개 구단 단장들로 구성된 긴급 실행위원회를 마치고 “2주간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세와 사회적 분위기를 살핀 뒤 연습경기를 오는 21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권으로 들어가면 5월 초 개막을 목표로 정규리그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실행위는 지난달 31일 ‘5월 개막’을 가정한 정규리그 일정을 모의 실험해 가능한 경기 수를 논의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정규리그 경기 수는 팀당 144회씩 편성된다. 코로나19 여파로 개막이 미뤄지고 있지만, 5월 초에만 시작되면 월요일 경기 편성 등의 대안으로 일정 축소를 피할 수 있다.
실행위는 지난 회의에서 근거리 팀 간 당일치기 방식의 ‘무관중 생중계’로 논의됐던 연습경기를 추진하기로 했다. 당초 지난달 28일로 예정됐던 개막이 지연되고 시범경기마저 무산되면서 팬들의 높아진 관람 수요를 해소하고, 선수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연습경기의 시작 시점은 오는 21일로 합의됐다. 실행위에서 논의된 안건은 오는 14일 정운찬 KBO 총재와 10개 구단 사장으로 구성되는 이사회에서 확정된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4대 프로야구 리그의 개막 시점은 이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대만의 경우 오는 11일 무관중 개막을 확정했다. 미국도 대만처럼 무관중 개막을 논의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는 이날 컨퍼런스 콜(통화 회의)에서 30개 구단이 애리조나주 피닉스로 모여 관중을 유치하지 않고 정규리그를 시작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메이저리그는 당초 지난달 27일로 예정됐던 개막일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침에 따라 5월 중순 이후로 연기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를 감안하면 6월 개막 불투명해서 미국 독립기념일(현지시간 7월 4일) 개막론까지 제시되고 있다.
애리조나주는 연고 구단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홈구장 체이스필드를 중심으로 반경 80㎞ 안에 경기장 10곳이 있을 만큼 야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관중을 유치하지 않는 중립지역 경기에 적합한 곳으로 평가된다.
다만 일본의 상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본 정부가 이날 도쿄도 등 7개 행정구역에 대한 ‘코로나19 긴급사태’를 발령하면서 6월 이후 개막론이 힘을 얻게 됐다. 일본 스포츠지 스포츠호치는 이날 “코로나19 긴급사태 발령으로 정규리그 개막이 6월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긴급사태가 발령된 행정구역은 도쿄도, 오사카부, 지바현, 사이타마현, 가나가와현, 효고현, 후쿠오카현이다.
일본야구기구(NPB)는 지난달 27일 센트럴리그 한신 타이거스 선수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부터 후속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NPB와 12개 구단은 전날 실행위에서 ‘5월 말 혹은 6월 개막’에 무게를 두고 코로나19 특별 규정 제정에 합의했다. 개막 지연에 따른 선수 등록·말소 및 트레이드 마감 시한 연장, 자유계약선수(FA) 자격 기준 완화가 논의되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