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가 지난 6일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항암치료제 등 희귀약품의 국내 공급에 문제가 생겼다는 보도를 한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곧바로 ‘설명자료’를 냈다.
식약처는 보도에서 공급난이 발생했다고 지적한 멜팔란과 디누톡시맵-베타에 대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센터)의 발빠른 조치로 현재 문제가 없다. 현재까지 항공편 제한 및 수출제한 조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희귀약품 수급이 원활하다”는 것이다.
식약처의 설명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센터는 식약처 측에 “영국에서 약품을 구하지 못하면 다른 나라를 수소문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유럽 내 약품 이동이 제한돼 많은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엉뚱하게 의약품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센터는 설명자료가 나온 뒤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내용 수정을 요청하기까지 했음에도 식약처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앞으로 잘 관리하겠다는 취지로 설명자료를 작성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식약처는 “기사에 언급된 환자도 치료 일정에 맞게 해당 의약품을 추가 수입해 사용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뒤늦게나마 환자들이 적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나선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본보는 식약처에 해당 환자가 누구인지 알린 적이 없다.
식약처가 익명으로 소개된 한모군이 실제로 누구인지 어떻게 알고 치료 일정에 맞춰 약을 공급하겠다고 한 것일까. 사실상 식약처가 해당 아동의 신상을 파악·조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한군의 엄마는 아들뿐 아니라 같은 약을 복용해야 할 다른 아이들을 위해 용기를 냈다. 그런데 식약처의 반응을 보고 오히려 공포를 느꼈다고 전했다. 괜히 언론에 호소해 아이를 되레 위험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든다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은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나라에선 기근이 발생한 적이 없다”고 했다. 권력자가 관심을 갖지 않았을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민주주의가 작동하면 빠르게 각계에 전달돼 적절한 반응(정책)이 나온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반면 권위적인 나라에선 현장의 목소리보다 권력이나 조직 수호를 위한 민감한 반응이 나온다. 한군과 같은 의료 사각지대에 내몰린 환자들부터 코로나19의 타격을 받게 마련이다. 엉뚱한 해명보다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는 정부이길 바란다.
‘“희귀 약품 수급 원활하다”··· 국민 상대로 거짓말하는 식약처’ 관련 반론보도문
국민일보는 지난 4월 8일 「“희귀 약품 수급 원활하다”··· 국민 상대로 거짓말하는 식약처」란 제목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희귀약품 수급 우려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수급에 문제 없다는 입장의 설명자료를 통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 이에 대해, ‘멜팔란’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이하 ‘희귀센터’)에서 두 차례에 걸쳐(4.1., 4.6.) 총 600바이알을 국내에 수입하였고, 현재 1,000바이알을 추가로 수입할 계획입니다. 독일·영국 등 해당 국가에서 현재 의약품 수출을 제한하지 않고 있으며, 화물기 노선은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음을 알려왔습니다. 또한, 우편물 운송에도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왔습니다.
- ‘디누톡시맙-베타’도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등에 문의한 결과, 별다른 문제가 없음을 알려왔습니다.
○ 또한 식약처에서는 별도로 해당 환자의 신상을 파악·조사한 사실이 없고, 기사에 언급된 환자와 동일인으로 판단되는 내용의 국민신문고 질의가 식약처에 접수되어 관련 사실을 알게 되어 과련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세종=전성필 경제부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