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따라 성령 따라’는 내 인생의 모토이자 사역의 키워드, 묘비명이다. 20대 초 선교에 헌신하고 준비했다. 성령께서는 대학 졸업 후 미국 유학의 기회를 주셨고 미국연합감리교단에서 안수를 받고 목회까지 하게 하셨다.
2013년 탄자니아 연합감리교단과 미션 파트너십을 갖고 다음세대 사역을 하게 됐다. 이곳은 작은 북 장단에 맞춰 교인들이 일어나 춤추며 찬양하기 시작하면 온 교회가 들썩들썩한다.
열정적인 예배 경험이 가난과 싸우며 살아가는 교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은 빗나갔다. 삶의 현장에서 만나는 교인들은 마태복음 13장의 “길가, 돌밭, 가시떨기”를 떠오르게 했다.
탄자니아는 한국의 9배인데 연합감리교단은 10개 지방회로 나뉘어 있다. 사역 초기 지방을 순회할 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심지어 목사님들조차도 선교사를 현금지급기로 보고 돈을 달라고 해서 얼마나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는지 모른다. “여러분이 열정적으로 예배하는 그 전능하신 하나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나요. 지금까지도 그분의 도우심으로 살았는데 약속 믿고 기도합시다.”
많은 교인과의 만남을 통해 성령께서 가르쳐주신 것이 있었다. 교회에 열정적인 예배는 있는데 체계적인 양육과 훈련이 없어서 섬김 나눔 구제 전도 선교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양육과 훈련’이라는 것이 분명해지자 성령께서는 10개 지방회의 청년 리더들을 선별해서 제자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주셨다.
교파를 초월해서 쓸 수 있는 제자훈련 기본서를 영어로 썼다. 그리고 현지 청년 두 명이 스와힐리어로 번역했다. 2016년 3월 10개 지방회에서 뽑은 20명과 함께 첫 제자훈련을 시작했다. 성령의 도우심으로 훈련된 청년 리더들이 신나게 말씀사역을 펼쳐 나갈 때 두 번째 교재에 대한 부담을 점점 느꼈다.
2017년 글로벌미션중학교 건축헌금 모금을 위해 새한장로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마침 그림 일대일 수료식이 있어서 마지막 수업에 참여했고 많은 간증을 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림 일대일 제자훈련을 받은 16명의 수료자가 402명에게 복음을 제시하고 그 중 334명이 예수님을 영접한 것이었다. 제자훈련에 관한 수많은 간증을 들었지만 그런 간증은 정말 처음이었다. 그때 수료자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탄자니아 선교사로서 정말 알고 싶습니다. 무엇이 강아지를 데리고라도 복음전도 연습해서 전하고 싶게 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수료자들은 그림이라 쉽게 전할 수 있었고 매주 기도하며 복음 제시를 연습해서 사람들에게 전할 때 예수님을 영접하는 역사가 일어났다고 기뻐했다. 행복해하는 수료자들을 보면서 하나님의 가장 큰 관심사에 초점을 맞춘 제자훈련의 중요성을 봤다.
지난해 5월 탄자니아에 송상철 목사님 부부가 오셔서 그림일대일 세미나를 했는데 반응이 대단했다. 나는 그림일대일 교재를 두 번째 제자훈련 교재로 정하고 7~8월 교재를 보급하기 위해 10개 지방회를 순회하면서 가르쳤다. 감리사님과 함께 앞장서서 청년들과 함께 동네나 시장에 가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2개월 동안 자그마치 236명이 예수님을 영접했다. 나의 22년 목회사역 가운데 이처럼 기적 같은 전도 현장은 처음이었다. 그림 일대일 전도 1과에서 복음 제시 끝부분에 “오른쪽(천국)과 왼쪽(지옥), 어디에서 살고 싶냐고” 하는 질문이 있다. 전도자는 “살고 싶은 곳을 손가락으로 집어보라”고 말한다. 나는 이 부분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복음을 제시할 때 대충 신앙 생활한 사람도, 모슬렘도 이 대목에서는 복음을 부인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을 수없이 봤기 때문이다.
현재 각 지방회에서 훈련된 청년 리더들이 그림 일대일 전도 양육 교재를 갖고 사역하고 있는데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1525명이 그림 일대일 제자훈련을 받았다.
이 교재는 아무리 학력이 낮아도 그림으로 복음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또 남들에게 복음을 쉽게 제시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림 일대일 교재로 열심히 사역하던 6명의 리더들이 교회 담임 전도사로 부르심을 받았다. 훈련된 청년들을 성령께서 붙잡아 쓰시는 것을 보니 정말 행복하다.
김영선 탄자니아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