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부터 6·10항쟁까지… 민주화 운동 만화로

입력 2020-04-08 04:08

“작업하는 내내 너무 큰 부담을 느꼈습니다.”

만화가 김홍모, 윤태호, 마영신, 유승하(사진 왼쪽부터)는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온라인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구동성으로 그간 느낀 부담감을 토로했다. 간담회는 이들 작가가 최근 발표한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전 4권 창비)을 소개하는 자리. 이 시리즈는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선명한 무늬를 남긴 제주 4·3 사건과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과 6·10 민주항쟁을 만화로 재구성한 책이다.

김홍모와 윤태호는 각각 제주 4·3 사건과 4·19 혁명을 다룬 ‘빗창’ ‘사일구’를 그렸다. 마영신은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아무리 얘기해도’를 담당했으며, 유승하는 6·10 민주항쟁 이야기인 ‘1987 그날’을 맡았다.

김홍모는 “제주 도민 30만명 가운데 3만명이 학살당했는데도 여전히 많은 이가 4·3 사건을 잘 모르고 있다”며 “이 사건을 어떤 방식으로 알릴 것인가, 어떻게 예술적으로 그려낼 것인가 고민하면서 만화를 그렸다”고 했다. 윤태호는 “역사적 사실을 다뤄야 하는 작업이어서 피하고 싶었던 일”이라며 “누락한 내용이 많은 것 같아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마영신은 “5·18을 다룬 좋은 예술 작품이 너무 많이 나온 상태이기에 작업하는 내내 신경이 쓰였다”고 했으며, 유승하는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든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기획한 시리즈다. 사업회는 한국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젊은 세대에게 알릴 방법을 고민하다가 ‘만화 역사책’을 떠올렸다. 시리즈에 참여한 만화가들은 1년 넘게 작업에 매진해 자신이 맡은 ‘사건’을 만화로 그려냈다. 작업이 끝난 뒤에는 전문가들로부터 감수도 받았다고 한다. 남규선 사업회 상임이사는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는 시리즈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만화가들은 이 시리즈가 청소년들에게 널리 읽히길 바라고 있었다. 윤태호는 “역사 속 이야기이지만 현재 상황과 포개지는 부분도 많다”며 “학생들이 이 책을 읽고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