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코로나19, 부활절까지 늦출 수 있을까

입력 2020-04-08 00:22
325년 소아시아 비티니아(현재 터키)의 니케아에서 열렸던 1차 니케아 공의회를 그린 프레스코화. 국민일보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질 않으면서 정부도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오는 19일까지 연장했습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던 교회들의 고민도 커졌습니다. 모이는 예배 재개 시점을 부활절인 12일로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전국 대부분 교회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며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기독교의 가장 큰 명절인 부활절을 온라인 예배만 드리고 지나치기에는 아쉬움이 큽니다. 그렇다고 모여서 기쁨을 나눌 수도 없는 일입니다.

부활절을 연기하자는 말도 나오는데 가능할까요. 예배학자인 김명실 영남신학대 교수는 7일 “올해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부활절 행사를 늦출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기쁨의 절기인 부활절 기념행사를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든 뒤 하자는 제안입니다. 절기는 그대로 두고 행사만 늦추자는 의미죠.

실제 부활절 기념행사를 2주 뒤로 연기한 교회도 있습니다. 경기도 성남 지구촌교회(최성은 목사)를 비롯해 우리들교회(김양재 목사) 예수향남교회(정갑신 목사) 더사랑교회(이인호 목사) 등이 26일로 부활절 행사를 연기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자는 취지에서입니다.

부활절은 325년 열린 ‘니케아 공의회’에서 춘분 당일이나 춘분 직후 만월이 된 뒤 첫번째 일요일에 지키기로 했습니다. 이 때문에 매년 날짜가 바뀝니다.

게다가 로마 가톨릭과 개신교회들은 1582년 만든 그레고리력을, 동방정교회는 기원전 46년 제정된 율리우스력을 쓰면서 서방교회와 동방교회의 부활절도 서로 다르죠. 애초에 부활절은 성탄절처럼 날짜가 정해져 있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무섭습니다. 방역 모범국가로 꼽히는 우리나라도 여전히 확진자 폭증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의료진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자가격리 중인 이들과 환자들도 마찬가지죠.

부활절부터 50일간은 ‘기쁨의 50일’입니다. 50일째 되는 날이 성령강림주일이죠. 올해는 다음 달 31일입니다. 그때까지 코로나19의 종식을 바라며 기도하고 고통 속에 있는 이웃을 돌보며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하신 기쁨을 나누는 건 어떨까요. 그 사이 어느 날, 상황이 좋아져 부활의 기쁨을 나누는 행사를 할 수 있다면 그 은혜는 더욱 클 것 같습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