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떠오르는 도시가 있다. 강원도 춘천(春川). 한자를 풀면 봄내, 봄 개울이란 뜻이다. 지명에 봄(春)이 들어간 데다, ‘호반의 도시’란 이미지가 봄과 딱 어울린다.
춘천의 봄을 대표하는 곳이 실레마을이다. 김유정의 고향이다. 그는 이곳에서 ‘봄봄’ ‘동백꽃’ 등 단편소설을 썼다. 김유정문학촌에 들어서면 입구 너른 잔디밭에 자리 잡은 다양한 캐릭터가 방문객을 맞는다. 생가에는 닭싸움을 붙이는 소녀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김유정의 조각상이 눈에 띈다. ‘동백꽃’의 한 장면이다. 소설 속 동백꽃은 붉은 동백꽃이 아니라 노란 생강나무꽃이다.
실레마을 제일가는 지주 집안이던 김유정 생가는 웬만한 기와집보다 크고 번듯한 ‘ㅁ’ 모양 초가다. 초가 일색이던 마을에 위화감을 주지 않고 집 안 모습을 바깥에 드러내지 않기 위함이다.
집 옆에 점순이의 작은 키를 핑계 삼아 혼인을 미루는 모습 등 ‘봄봄’ 속 장면이 생생한 표정과 몸짓으로 표현돼 있다.
김유정 생가 길 건너편에 커다란 솥 모양 벤치가 보이고, 그 옆으로 단편 ‘솟’(솥)의 마지막 장면이 실물 크기 동상으로 재현돼 있다. 들병이와 바람이 나서 집안 재산목록 1호인 솥단지를 훔친 근식이와 솥을 찾으러 달려온 아내, 아기 업은 들병이와 그 남편까지 어우러진다.
김유정문학촌 인근에 옛 김유정역이 있다. 2010년 전철 김유정역이 생기면서 신남역이 이름을 바꾼 역이다. 역사(驛舍) 내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들어갈 수 없지만 밖에서 옛 건물과 기차를 배경으로 추억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김유정문학촌에서 가까운 의암댐으로 가면 드름산이 있다. 춘천의 명산 삼악산 맞은편에 자리한 357.4m의 나지막한 산이다. 아기자기한 산세가 산행의 묘미와 즐거움, 자연에 대한 경외심, 등산의 매력을 동시에 안겨준다.
드름산 능선을 따라 걸으면 춘천을 병풍처럼 둘러싼 명산들이 눈 안에 들어온다. 춘천의 중심에 자리한 봉의산은 물론 멀리 대룡산도 시야에 잡힌다. 발아래엔 북한강의 물줄기를 담아낸 의암호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붕어섬, 상·하중도, 고슴도치섬이 푸른 물 위에 떠 있다. 암릉과 아름드리 소나무 등이 풍경을 더한다.
이 산에 ‘춘클리지’가 자리잡고 있다. 2008년 춘천지역 산악인들의 모임인 춘천클라이머스가 개척한 높이 200m의 암벽등반코스다. 깎아지른 듯 수직 암벽이 아찔하다. 의암호 위에 서 있는 듯 착각이 들 정도로 호수와 가깝다.
젊은 연인들은 구봉산전망대카페거리를 찾는다. 독특한 인테리어에 개성 넘치는 전망대를 갖춘 카페가 여럿이다. 저녁 노을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 여행메모
고속도로·경춘가도·전철… 교통편 다양
숯불 닭갈비·막국수 등 ‘춘천 먹거리’
서울에서 경춘가도(국도 46번)를 따라 대성리·가평·강촌을 지나면 춘천에 도착한다.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춘천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도 된다.
김유정문학촌이나 의암호는 전철을 타고 김유정역에서 내리면 가깝다. 김유정문학촌 입장료는 2000원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현재 무료다.
춘천 먹거리 하면 역시 닭갈비다. 곳곳에 닭갈비 식당이 즐비하다. 가장 유명한 곳은 춘천 번화가인 명동 닭갈비 골목. 강촌에는 숯불 닭갈비가 유명하다. 닭갈비를 숯불에 구워 독특한 향과 맛을 낸다. 매콤한 맛의 양념 닭갈비와 간장 닭갈비가 있다. 춘천막국수도 빼놓을 수 없다. 김유정 소설에도 등장한다.
춘천=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