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70%→100%’ 산으로 가는 재난지원금

입력 2020-04-07 04:02

긴급재난지원금 추진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전체 가구 중 하위 50%를 대상으로 하자는 정부 주장은 청와대와 여당의 강한 요구로 인해 70%까지 대폭 확대됐었다. 그런데 대상 선별이 쉽지 않고 여론이 비판적으로 흐르자 여당에서 다시 ‘100% 지급’ 방안을 꺼내들었다. 불과 열흘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방식을 계속 바꾸면서 정부의 후속 조치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재난지원금 추진 과정을 보면 여당이 얼마나 즉흥적이고 졸속으로 이를 다루는지 여실히 알 수 있다.

당초 정부는 재원 마련의 어려움, 효과, 형평성 부분을 들며 재난지원금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그런데 여당이 일부 지자체의 긴급지원정책 등을 언급하며 정부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7일 전체 가구의 50%에 100만원(4인 가구 기준) 지급을 검토했다. 여당은 이틀 후 기재부의 규모가 작다며 확대를 요구했고, 당정청회의에서 전체 가구의 약 70%(중위소득 150%)에 100만원을 지급하는 안을 이끌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 이 방안을 최종 결정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듯했는데 선별 기준을 정하는 과정에서 다시 잡음이 발생했다. 정부는 지난 3일 건강보험료를 중위소득 150%의 기준으로 발표했지만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 지역가입자는 근로·사업소득 등과 재산이 각각 건보료에 반영돼 종합적인 수준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고액 자산가 탈락을 예고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돈을 주고도 욕 먹는다는 소리가 나오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여당이 또다시 입장을 바꿨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대를 멨다. 이 대표는 6일 “지역·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을 국가가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며 자신들이 세운 소득 하위 70% 기준을 사실상 허물어뜨리고 국민 모두에게 재난지원금을 줄 것을 촉구했다.

이 방식은 대상 선정을 건너뛰면서 빠른 지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치권의 변덕에 정부 정책은 또 다시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다. 국민 모두에게 주려면 7조1000억원(중앙정부 부담 추산액) 가량의 2차 추가경정예산 규모가 배 이상 커져야 한다. ‘나랏빚’ 증가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고소득층’에게까지 지원금을 줘야 하느냐 하는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이에 ‘선(先) 보편, 후(後) 환수’를 주장했다. 고소득층에게 향후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을 말한다. 소득공제를 일부 삭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만약 정부가 고소득층 대상으로 환수를 한다면 해당 제도도 설계해야 한다. 정부는 정치권 움직임에 당혹해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계획대로 늦어도 다음 주까지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