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코로나19 사망자와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강도 높은 이동제한 조치를 시행해온 유럽 각국은 지난 2월 코로나바이러스가 번져나간 이후 처음으로 봉쇄 완화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가디언 등은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들이 봉쇄 완화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 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날 신규 사망자 수는 525명으로 약 2주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실비오 브루사페로 이탈리아 국립고등보건연구소(ISS) 소장은 “곡선이 안정기에 접어든 뒤 하강하기 시작했다”면서 “이 같은 통계가 며칠 내로 확인되면 2단계 대응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단계적으로 사업장 영업을 재개하는 등의 5개 조항이 담긴 봉쇄 완화 계획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에서도 확산세가 꺾이고 있다. 스페인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1만2418명으로 전날보다 674명 늘었다. 스페인의 일일 사망자 수는 지난 2일 950명을 정점으로 3일 932명, 4일 809명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전날 “26일까지 국가 이동금지령을 연장한다”면서도 “부활절(4월 12일) 이후 제조업과 건설업을 포함한 비필수적 업종의 운영 금지는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산체스 총리는 또 “유럽이 팬데믹으로부터 회복하기 위해선 공동의 ‘마셜플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셜플랜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서유럽 국가들의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이 제안한 ‘유럽부흥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 핀란드 등이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해 기업의 재택근무와 학교 폐쇄령의 단계적 완화 논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든 것은 강도 높은 봉쇄 조치의 결과라는 점에서 섣부른 봉쇄 완화가 2차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고통이 심각한 만큼 정부가 봉쇄 완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