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온라인 개학이 코앞인데 아직 시간표도 안나왔어요.”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다가왔지만 명확한 지침을 받지 못한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 모두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특히 고3 수험생들은 막연한 지침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온라인 개학이 오는 9일부터 학급·학년별로 순차적으로 이뤄지지만 일부 학교는 아직 강의 플랫폼도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고3 학생 이모(18)군은 “원격수업을 한다는 가정통신문은 받았지만 어떤 프로그램으로 무슨 수업을 한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같은 지역의 다른 고교 3학년 이모(18)군도 “언제 어떤 수업을 실시간으로 진행하는지 시간표도 안 나왔다”고 전했다. 한 기숙사 학교에 다니는 이모(18)양은 “교과서를 받으러 3시간 걸려 학교에 갔는데, 모의고사 등 각종 행사가 있으면 매번 이렇게 학교에 가야 할 것 아니냐”며 걱정했다.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고3과 중3 자녀를 두고 있는 한 학부모는 “학생 몇십명이 어떻게 실시간으로 수업을 듣는 건지, 수업 도중 영상이 끊기면 어떻게 되는지 등 벌써부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수험생들이 공부해야 할 시간에 다른 일로 스트레스를 받으니 너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노후화된 스마트기기 때문에 수업에 방해가 될까 부랴부랴 고가의 장비를 마련한 학부모들도 있다. 고3 학부모 김모(47)씨는 최근 170만원을 들여 최고급 태블릿PC를 구입했다. 김씨는 “생각하지 못했던 지출이지만 아이가 고3인데 수업을 제대로 못들을까봐 샀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엄모(54)씨도 “온라인 수업이 얼마나 연장될지 모르니 급하게 태블릿PC를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강의 제작에 필요한 스마트기기를 구해야 하는 일선 교사들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 박모씨는 “가성비 괜찮은 태블릿PC를 주문하려 했더니 두 달 뒤에 배송된다고 한다”며 “젊은 교사들은 모르겠지만 나이 있는 교사들은 수업 준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수업의 질도 담보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박씨는 “시스템이 제대로 안 갖춰진 상태에서 플랫폼 선정부터 제작, 공지까지 교사들에게 떠맡겨버리니 어디서부터 업무를 시작할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고3 수험생 이모(18)양은 “우리도 선생님도 해본 적이 없으니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며 “일방적으로 틀어놓는 수업이라면 그냥 틀어놓고 다른 공부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