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익률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준 금융상품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지닌 프라이빗뱅크(PB) 고객 400명을 대상으로 물었더니, 52.1%가 주가연계증권(ELS·Equity Linked Securities)을 꼽았다. ELS가 부자 2명 중 1명이 꼽은 대표적 재테크 수단인 셈이다.
파생금융상품의 일종인 ELS는 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증시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ELS는 특정 주식의 가격이나 지수 등 기초자산에 연동해 만기 수익률이 결정되는 금융 상품이다. 만기는 보통 3년인데, 3·6개월 등 정해진 중도상환 시점이나 만기일까지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면 약정된 이자로 수익을 낼 수 있다. 일례로 ‘6개월 후 코스피200 지수가 현재 수준의 85% 이상 유지하면 연 5% 이율을 제공한다’는 식이다.
ELS 투자시 꼭 알아둬야 할 용어도 있다. ELS는 주가지수 종목 등 ‘기초자산’ 가격을 따라 움직인다. 지수형 상품의 경우 코스피20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유로스톡스(EuroStoxx)50 등이다. ELS 수익률은 ‘쿠폰(coupon)’이라고 지칭한다. ‘녹인(knock-in)’은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기준점을 말한다. 예를 들어 A상품의 녹인이 기준가격의 40%라고 치자. 기초자산의 가격이 40% 이하로 떨어졌다가 올라갈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ELS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면 고금리를 기대할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주식형 펀드보다 안정성이 높은 편이고, 예·적금·채권보다 수익성이 높다. 만기 전에 상환할 수 있는 기회도 여러 번 있다. 하지만 원금비보장형 ELS 상품의 경우, 기초자산 급락시 원금을 까먹을 수 있다. 상품 구조와 상환방식이 복잡한 점은 투자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전문가들은 ELS 투자시 유념 사항 가운데 하나로 초자산의 변동성을 꼽는다. 투자 종목이나 지수의 수익률 그래프의 고점과 저점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통상 변동성이 큰 지수나 종목은 수익률이 높은 대신 손실 가능성이 높다. 변동성이 작으면 손실 가능성이 낮은 대신 수익률도 낮다. 경기 흐름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주식시장 하락기에는 ELS 기초자산 중 채권 비중을 높이면서 고위험 파생상품 비중은 줄이는 경우가 많다. 시장 상승기에는 반대로 채권 비중을 낮춘다.
금융감독원은 “ELS 투자시 원금 손실 가능성에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다. ‘원금보장형’인 경우라도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중도 상환시에도 수수료율을 꼼꼼하게 계산해야 한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ELS는 긴급한 돈보다는, 여유자금으로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에 투자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황보균 하나은행 선수촌 PB팀장은 7일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증시 변동폭이 확대되면서 ELS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면서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지는 시기인 만큼 종목 등 기초자산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