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전도는 참으로 어려운 숙제다. 너도나도 전도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아예 전도를 해볼 엄두조차 내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한때 뜨거운 전도열기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한국교회의 열정은 도대체 다 어디로 갔을까. 무엇이 한국교회를 전도 무기력증에 빠지게 한 것일까. 이런 가운데 한 시골교회가 주목을 받는다.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의 ‘늘푸른진건교회’다. 1987년 농촌마을에 들어선 이 교회는 개척 초기 때부터 전도를 꾸준히 실천, 매년 10~15%씩 꾸준히 성장해 왔다. 그런 식으로 33년의 나이테를 더하는 가운데 이제는 3000여명이 예배를 드리는 교회로 성장했다.
늘푸른진건교회가 개척될 당시 진건읍 일대는 전형적인 농촌이었다. 이석우 목사(사진)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척박한 환경의 이곳에 ‘사도행전적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하나님의 거룩한 열정만으로 교회를 세웠다. 이 목사는 개척 초기부터 사도행전에 나오는 초대교회의 모습을 닮기 위해 가르치고 기도하고 전도하고 교제하는 교회로 성도들을 훈련시켰다. 그러자 “주께서 구원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행2:47)는 말씀과 같이 교회는 부흥됐다. 특별히 성도들이 교제할 수 있도록 한국 교회 최초로 로뎀나무 카페를 만들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박병선 장로가 인도하는 ‘바람바람성령바람 전도축제’에서 뜨거운 전도의 불길이 일어나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것이다. 1차 40일 전도축제를 통해 400여명을 전도한데 이어 2차 40일 전도축제를 통해 1500여명의 불신자를 전도한 것이다. 그렇게 지난 한해 동안 100명 이상 전도한 성도들이 12명이 나왔다. 교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부족한 공간 때문에 400평 주차장을 구입한데 이어 800평 교회를 증축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늘푸른진건교회는 주변 500m 동서남북이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거기다 워낙 인구가 얼마 안 되는 작은 동네라 전도를 하려면 10~20분 이상 다른 마을로 가서 믿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그래서 성도들은 20년 이상 그린벨트를 풀어달라고 기도했다.
그런데 최근 그들의 기도가 응답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교회 앞에 왕숙신도시가 들어서게 된 것이다. 정부에서 3기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인근 동네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해 5만3000여 세대가 바로 교회 앞에 들어서게 됐다.
성도들은 이 일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굳게 믿는다. 한 영혼이라도 더 구하겠다는 전도의 열정과 자신들의 기도를 듣고 응답하신 하나님의 은혜임을 확신하는 것이다.
늘푸른진건교회 이석우 목사는 전도를 영적인 전투라고 강조한다. 누가복음 10장 1~20절의 내용처럼 전도할 때 영적인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도들은 영적인 전투를 하기 위해 부름 받은 십자가 군병들이다. 그러므로 사탄 마귀에게 결박당하고 있는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기도와 말씀으로 쫓아내야 한다. 야고보서 4장 7절의 “그런즉 너희는 하나님께 복종할지어다 마귀를 대적하라 그리하면 너희를 피하리라”라는 말씀인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늘푸른진건교회 성도들은 영적인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기도와 말씀을 확신으로 무기 삼아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한다. 주님이 함께 하신다는 확신이 있어야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누가복음 10장에서 70인 전도대원들이 순종했더니 귀신이 떠나가고 전도열매를 맺었던 것처럼 전도는 하다가 중단하면 마귀에게 진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이 목사는 끝까지 순종하면 주님이 전도하신다는 사실을 늘 주지시킨다. 요나가 순종했더니 니느웨 백성들이 다 구원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요나가 말을 잘해서 니느웨 백성들이 구원받은 것이 아니고, 요나가 불순종할 때는 구원이 없었으며, 억지로라도 순종했더니 주께서 구원해 주신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전도의 원리를 성도들과 함께 토론하며 공부한다. 무엇보다 순종하면 사람을 보내주시며 내가 구원할 수 없다는 진리를 숙지한다. “주께서 구원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는 말씀처럼. 또한 물질적인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마음에 새긴다. 고기를 잡으려면 미끼를 투자해야 하듯 전도를 하기 위해서는 물질, 사랑, 섬김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늘푸른진건교회가 개척될 당시 일화가 하나 있다. 교회 바로 옆집이 무당집인지 모르고 이 목사가 새벽에 기도하러 일어나면 무당이 먼저 일어나 새벽 예불을 드렸다. 이때부터 영적 전쟁이 시작됐다. 이 목사는 매일 철야기도회를 열었다. 귀신도 모르게 낮에는 잠을 자고 매일 저녁 10시부터 새벽 5시30분까지 기도회를 진행했다. 그러자 무당이 도망을 가버리고 그 자리에 다른 교회가 들어왔다.
그 뒤로 자신감을 얻어 무당은 물론 다른 종교 지도자들까지 전도를 하게 됐다. 그런 과정에서 여러 가지 핍박이 있었지만 거뜬히 이겨냈다. 그런 식으로 교회는 여전히 생명의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늘푸른진건교회 본당 중앙에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막 16:15)는 말씀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그리스도인은 모두 제자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뜻이다. 예수님처럼 복음을 전파하고 가르치고 섬기는 사명을 받았다는 뜻이다.
기독교인이라면 모두가 아는 진리이지만 실천이 되지 않는 게 오늘날 현주소다. 하지만 늘푸른진건교회는 분명히 예외다. 말씀과 기도, 전도가 푸른 나무의 열매처럼 풍성하다.
교회는 지난해 7월 31일 전도왕 시상식을 가졌다. 이날 전도왕으로 뽑힌 사상길 장로는 40일 전도대회 기간 340명을 전도했으며, 조미정 집사는 274명을 전도하는 등 1500명이 전도되는 기적을 맛봤다.
이는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는 말씀을 붙들고 2월과 6월 두 차례 박병선 장로의 바람바람성령바람 전도축제를 개최한 결과다. 그리고 바로 40일 동안 전도대회를 개최하고 실천에 들어갔다. 이 목사로서는 감사하게도 교인 전체가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고 전도자의 자리에서 충성해 놀라운 열매를 거둔 것을 확인했다.
늘푸른진건교회의 전도 열정은 교회 열성 전도자들의 말에서도 충분히 느껴진다. 40일 전도대회에서 340명을 교회로 이끌어 전도왕으로 선정된 사상길 장로는 “전도를 위해 하모니카와 탁구를 배웠다. 이를 활용해 교습반을 만들고 수강생들을 가르치며 접촉점을 넓혀 갔다”면서 “교회 교육관 5층에 80평 규모의 탁구 시설을 설치하는 등 교회 전체가 사역에 동역자로 나서줬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때로는 전도자 대상자를 찾아 20~30㎞를 하루 3~4회씩 쫓아다니며 그들을 정성껏 섬겼더니 자진해서 교회에 나오는 기적이 일어났다”면서도 “40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340명이라는 많은 인원을 전도하게 된 것은 오직 성령 하나님께서 함께 하셨기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274명을 전도한 조미정 집사는 “남편의 핍박과 어려운 가정환경이라는 영적 전쟁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늘푸른진건교회의 말씀과 기도 덕분이었고, 성도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전도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 꾸준하게 전도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의 위기’라는 말이 귀에 익숙해지고 있는 지금, 기독교가 개독교로 불리는가 하면 기존의 성도들도 교회를 떠나는 이 시대이지만 늘푸른진건교회는 그런 것과는 전혀 무관하다. 전체 교인들에게 전도의 불이 붙었고, 구령의 열정으로 뜨겁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그 원동력이 무엇일까에 대해 궁금해 한다. 뭔가 특별한 내용을 기대한 이들로서는 이 목사의 대답이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없습니다. 개척 때부터 지금까지 늘푸른진건교회는 단순히 말씀과 기도, 전도라는 초대교회의 세 축을 붙들고 있을 뿐입니다.”
실제로 이 목사는 오직 말씀과 기도에 매달렸다. 개척 때부터 새벽기도회를 1부와 2부로 나눠 드렸다. 수요예배도 1부와 2부로 나눠 드렸다. 성도가 많아서가 아니다. 전형적인 농촌교회였지만 한 사람이라도 복음을 듣고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주 예배를 드렸다. 기도회도 매일 저녁마다 가졌다. 이 목사 자신이 먼저 기도의 사람이 되고, 교회 주변을 성령의 불길로 정복해 나가겠다는 거룩한 열망 때문이었다.
또 하나 늘푸른진건교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새신자 정착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이다. 교회는 해마다 700명 이상의 새신자를 위해 새가족 환영식→확신반 성경공부→세례반→40일 말씀양육학교→기도자학교라는 5단계 훈련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교회는 지난해 전도한 불신자들을 공부시켜서 올해 300~400명 세례를 줄 예정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전국적인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상반기 계획된 150명 합동세례식을 열지 못했다. 현재 상반기 100여명 세례식을 한 상태에서 나머지는 하반기에 열 예정이다.
늘푸른진건교회를 말하면서 이석우 담임목사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33년 전 남양주시 진건면 용정리 작은 창고형 방에서의 교회를 개척해 3000여 교인의 교회로 성장시킨 이면의 특이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어릴 적부터 대대로 전해 내려오던 불교 집안에서 자랐다. 할아버지가 길 잃은 고아를 거둬 키워 나중에 중이 되어 사찰을 운영하게 됐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절에 가서 스님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
젊은 시절은 대기업에서 세무담당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다. 그러나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왕창 망하게 되었다. 그런데 죽음의 위기에서 주님을 만나게 되고, 그 뒤 직장에 사표를 내고 가족들과 스님을 다 버리고 뒤늦게 신학을 해서 목사가 됐다.
이 목사는 교회 개척 초기부터 스스로 전도의 일선에 섰다. 스스로 전도팀 선봉장이 되어 온 동네 골목을 누볐다.
그는 예수님도 제자들에게 모범을 보이셨듯이 교회 전체가 전도 사명으로 뭉치려면 목회자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