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 재탕… 공약 실종된 ‘깜깜이 선거’ 시작됐다

입력 2020-04-03 04:03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일 후보자와 선거운동원들이 각 당의 상징색으로 제작한 마스크를 끼고 나와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코로나19에 따른 마스크들이 눈에 띈다.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서울 광진을 후보 운동원, 이창성 미래통합당 경기 수원갑 후보 운동원, 천정배 민생당 광주 서을 후보, 여영국 정의당 경남 창원성산 후보, 국민의당 운동원. 김지훈 기자, 연합뉴스, 뉴시스

여야가 2일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 4·15 총선까지 13일간의 총력전을 시작했다. 이번 선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염려와 거대 양당의 진영 싸움에 지친 무당층이 많은 상태에서 진행된다.

특히 이번 선거는 과거 거대 양당이 공언했던 건전한 정책·공약 경쟁은 사라졌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양당은 물론 비례 위성정당도 공약 및 정책을 급히 만들거나 과거 사례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유권자 운동을 펼쳐온 시민단체들은 하나같이 “제대로 된 정책 논의를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총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공약과 정책 논의가 실종된 선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책선거를 위해 제공하는 정당정책 사이트(policy.nec.go.kr)에 올라 있는 각 정당의 정책들은 하나같이 기존 정책을 재탕, 삼탕한 수준이다. 심지어 민주당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짜깁기 논란으로 공약을 세 차례나 제출하는 해프닝까지 일어났다.

여야는 정책 대신 지지층을 향해 “일단 찍어 달라”며 표를 구애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지지층 결집을 위해 상대 당을 겨냥한 비판 수위도 갈수록 높이고 있다.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인 이해찬 대표는 선대위 출정식에서 “지역구는 민주당이,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시민당이 대승해 난국을 이겨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통합당을 퇴출 대상으로 규정했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검찰 개혁을 되돌리고 촛불혁명을 부정하려는 세력은 반드시 퇴출돼야 한다”며 “막말과 구태정치 행태도 함께 사라지는 선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심판론으로 맞서고 있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경기도 수원 선대위회의에서 “지난 3년은 우리나라가 그동안 잘 간직해 온 모든 질서가 파괴된 3년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번 선거는 조국을 살리고 윤석열을 쳐내려는 쪽과 정권의 위선을 드러내고 윤석열을 지켜내자고 하는 쪽의 한판 승부”라고 규정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진영 대결로 회귀하는 선거운동이 표심 왜곡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당투표 결과를 보면 1, 2, 3순위 정당이 모두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라며 “거대 정당 지지자들은 충성도도 높고 조직화가 잘 돼 있어 투표율 또한 높을 가능성이 크지만 무당층의 경우 투표장까지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결국 정치를 바꾸는 것은 유권자의 투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유권자들에게 기존 의원들의 입법 성향은 물론 비리와 막말 등 자질 검색 내용 등을 제공하는 후보선택도우미(vote2020.ccej.or.kr)를 오픈했다. 남은경 경실련 정책국장은 “그대로 두면 다시 20대 국회 같은 모습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준비했다”며 “20대 의원들의 활동을 살펴보고 나쁜 후보들은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