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 회장, 두 자녀 주식 증여 취소 후 재증여

입력 2020-04-03 04:05

이재현(사진) CJ그룹 회장이 지난해 말 두 자녀에게 증여한 주식을 취소한 뒤 재증여하는 것으로 증여 시점을 변경했다고 CJ그룹이 2일 공시했다. 최초 증여 후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증여액(767억원)이 증여세(700억원대)와 비슷해지자 절세를 선택한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9일 자녀 경후·선호씨에게 준 신형우선주 184만여주를 증여했다.

당시 주식 가액은 1명당 602억원씩 모두 1204억원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증여한 주식 가액이 1일 종가 기준 767억원 규모까지 줄자 기존 증여를 취소하고 재증여를 결정한 것이다. 현재 수준으로 주가가 유지될 경우 증여세는 500억~550억원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최초 증여세 700억원에 비해 150억~200억원이 적은 금액이다.

코로나19 여파로 CJ그룹의 ‘효자’ 사업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극장·식품·유통 등 생활과 밀접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업종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CGV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한국을 비롯한 8개국에서 579개 극장, 4163개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다. CGV의 지난해 해외 박스오피스가 증가하면서 매출은 10% 가까이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전년에 비해 58.6% 증가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중국에 이어 터키의 상영관 영업이 잠정 중단됐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도 부분 휴업에 돌입했다. 팬데믹 국면에 신작 개봉도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국내 상황도 좋지 않다. 올 들어 3월 25일까지 국내 관람객 수는 2567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6% 감소했다. 3월 기준 관람객은 85%가량 급감했다.

ENM은 투자·배급한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국내외에서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수준의 명성을 얻었다. 업계에서는 25년간 300편 이상의 영화에 투자·배급한 노력을 일시에 보상받았다는 평가까지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ENM이 운영하는 방송 사업 타격이 커지고 있다. TV 광고 매출 부진 등으로 OCN과 엠넷 채널의 신규 프로그램 편성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코로나19로 ‘언택트(Untact)’ 소비가 증가하면서 대한통운 국내 택배 물량은 급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택배 물동량 증가로 대한통운의 1분기 택배 처리량을 3억6700만 박스로 예측한다. 전 분기에 비해 19.8%로 증가한 규모다.

외출 자제로 가정간편식(HMR) 소비가 늘면서 CJ제일제당은 매출 증대가 기대된다. 다른 CJ 관계자는 “일부 사업 부문이 선전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내부에선 코로나19가 각 사업에 주는 전반적 영향을 위기로 본다”며 “계열사별로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고 사업 방향을 재점검하는 중”이라고 했다.

강주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