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30)는 2주째 삼성전자 주식이 4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다. A씨는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고 있는데, 지난달 19일처럼 주가가 확 떨어지는 날이 또 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B씨(27)는 빙그레의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전날 이 기업 주식 매수 버튼을 누르기 직전까지 갔다. B씨는 “최근 주식 계좌를 새로 만들어 놓고, 관심 종목의 뉴스를 체크하면서 매수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하락장이 불러온 개미투자자들의 ‘주식 열풍’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투자자 예탁금은 일주일 넘게 40조원 선을 유지하고 있고, 개인투자자의 주식 순매수액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아직 저점이 오지 않았다는 생각에 ‘현금 실탄’을 확보하거나, 지금 당장 주식을 사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익을 볼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하는 것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코스피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누적 순매수액은 11조1869억원이다. 전월(4조8973억원) 대비 2.3배가량 뛰었고, 월간 기준 거래소가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99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날 금융위는 “코로나19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개인 주식 순매수액은 22조2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증시 진입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크게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47조666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에 달했다. 지난 24일 40조9912억원을 기록한 뒤 일주일 넘게 40조원대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다만 개인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들인 금액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일 6조6889억원으로 지난달 초(10조2785억원)에 비해 줄어들었다.
주식거래 활동거래 계좌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지난달 말 기준 활동거래 계좌 수는 3076만9000개로 전월 말 대비 86만2000개 늘었다. 증가 규모로 따지면 2009년 4월(247만8000개)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이 오른 것이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란 예탁 자산이 10만원 이상이면서 6개월 동안 한 차례 이상 거래 기록이 있는 증권계좌다. 개인이 증권사에서 개설하는 위탁매매 계좌가 대다수다.
개미들의 주식 열풍이 심상치 않자 금융 당국까지 긴장하는 모양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개최한 코로나19 사태 관련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우리 기업을 향한 애정과 주식시장에 대한 믿음으로 적극적으로 투자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도 “주식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인 만큼 ‘묻지마식 투자’나 과도한 대출을 이용한 투자는 자제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개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달 들어서도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1일에는 코스피에서 1조1507억원, 2일에는 275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반면 외국인은 2일 5762억원가량을 팔아치우며 21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코스피는 개인 매수세 등에 힘입어 39.40포인트(2.34%) 오른 1724.86, 코스닥은 15.86포인트(2.87%) 증가한 567.7에 장을 마쳤다.
조민아 양민철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