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침체와 일자리 문제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유권자의 표심도 결국 먹고 사는 문제에 좌우된다. 국민일보가 2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21대 총선 경제 및 일자리 관련 공약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 재탕에 가까운 공약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혁신성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혁신성장은 문재인정부 경제 정책의 한 축이다. 민주당은 혁신성장으로 제조업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제조업 혁신성장 및 경쟁력 강화 특별법(가칭)’ 제정을 약속했다.
민주당은 미래 먹거리인 3대 신산업(시스템반도체·미래차·바이오) 육성도 핵심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산업의 뿌리인 소재·부품·장비 부문의 경쟁력 강화도 추진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견기업 육성도 주요 과제로 내걸었다.
통합당은 법인세 인하를 통한 투자 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핵심 공약으로 강조했다. 현행 4단계 법인세 누진구조를 2단계로 축소하고, 세율을 2% 포인트 인하한다는 게 골자다. 또 최저임금제도를 손질, 업종별·규모별로 구분 적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통합당은 기업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를 약속했다. 기업 투자를 촉진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포석이다. 또 양질의 일자리 100만개 창출을 위한 ‘4차산업 일자리특별법’ 발의를 제안했다. 4차산업 선도를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겠다는 게 핵심이다. 통합당은 문재인정부가 역점을 두고 밀어붙이고 있는 탈원전 정책 폐기도 추진한다.
양당 모두 유망 벤처기업 육성에는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은 벤처 4대 강국을 목표로 벤처투자 활성화를 강조했다. 통합당도 벤처기업 활성화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제안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새로운 공약 개발보다는 기존 공약을 재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물 경제가 침체됐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 대한 요구가 높은 상황임에도 혁신적인 공약은 전무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강조한 혁신성장 및 중견기업·벤처기업 육성은 기존 정책 기조를 반복했다. 통합당의 법인세 인하 등은 과거 이명박·박근혜정부의 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 경제가 더욱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양당 모두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새로운 공약이 안 보인다”며 “양당 모두 기존에 있던 정책을 바탕으로 품을 들이지 않고, 조금만 손을 봐 이번 총선 공약을 발표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청년층에 가장 중요한 건 일자리 관련 공약인데 특별한 게 보이지 않는다”며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