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으로 식재료 수요 폭증… 물가 석달째↑

입력 2020-04-03 04:0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소비 위축이 계속되면서 ‘0%대 저물가’ 우려가 컸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오히려 올해 들어 1월부터 3개월 연속 1%대 상승을 기록했다. 외출 자제로 집밥 소비가 늘면서 온라인을 통한 식재료 주문이 폭증한 것이 물가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 올랐다. 1월(1.5%)과 2월(1.1%)보다 상승 폭은 줄었지만 예상보다는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위축 영향을 적게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소비가 줄면 물가 상승 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품목별로 보면 축산물과 수산물, 가공식품 등 식료품 가격이 눈에 띄게 올랐다. 축산물과 수산물은 1년 전보다 각각 6.7%, 7.3% 뛰었고 가공식품도 1.7% 올랐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정 내에서 음식을 해 먹는 식재료 수요가 증가했고, 이로 인해 가공식품과 라면, 두부, 참기름 등의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돼지고기와 국산 쇠고기가 각각 9.0%, 5.0% 올랐고 고등어와 달걀 가격도 각각 15.8%, 20.3% 상승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증가한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식재료 가격 상승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는 온라인 소비 증가가 물가에는 하방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상식(아마존 효과)을 깬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쇼핑에서는 여러 업체가 가격 경쟁을 벌여 오프라인보다 판매가가 저렴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소비 폭증 탓에 업체들이 온라인 판매가를 낮추지 않아도 매출이 잘 나오면서 물가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안 심의관도 “온라인 업체들이 최근 수요가 몰리자 할인 판매를 하지 않으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저물가 우려는 계속될 전망이다. 계절 요인이나 외부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뺀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0.7% 상승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0.4% 증가로 외환위기 때인 1999년 12월(0.1%) 이후 최저다. 근원물가는 물가의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그만큼 소비가 위축됐다는 의미다. 통계청은 “지난해 워낙 저물가였기 때문에 ‘마이너스 물가’가 될 가능성은 없지만,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1%대 물가 상승률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이종선 전성필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