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대구 상황이 나아져 떠나는 마음이 조금은 가볍습니다.”
광주 동부소방서 소속 염성열(39) 소방교는 지난달 27일 광주 3차 교대팀으로 대구에 왔다. 염 소방교는 앞 팀이 10일 정도 있었기 때문에 본인도 10일 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면서 생각보다 빨리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됐다. 그는 2일 오전 그동안 구급차들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 대구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터에서 해단식을 가진 뒤 광주로 출발해 낮 12시쯤 도착했다. 염 소방교는 “추가 확진자가 줄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복귀하게 됐다”며 “혹시 모르기 때문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는데 음성이 나오면 내일부터 다시 정상적으로 근무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움직임이 불편한 방호복을 입은 채 운전을 해야 했다. 원래는 2~3명이 함께 구급차에 탑승해야 하지만 감염 위험 때문에 1명만 탑승해 환자를 이송했다. 그래도 염 소방교는 견딜 만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기온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덥다 싶으면 에어컨을 틀고 견뎠다”고 말했다.
집을 떠나와 낯선 곳에서 지내는 것도 불편했다. 염 소방교는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보니까 소량의 속옷, 양말만 챙겨와 직접 빨아 입었는데 조금 불편하긴 했다”며 “도시락이 많이 나왔는데 집밥 생각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염 소방교는 대구를 떠나며 대구시민들에게 “(상황이 더 좋아져) 대구시민들도 어서 빨리 일상을 찾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국의 구급대원들은 소방청이 발령한 동원령 1·2호에 따라 지난달 21부터 대구로 모였는데 가장 많을 때(지난달 4일)는 구급차 147대가 옛 두류정수장터로 집결했다. 대구 각 소방서에서 활동한 대구 전담구급대 23대까지 포함하면 170대가 대구 전역을 누빈 것이다. 확산세가 조금 줄어든 지난달 13일부터는 60여대로 유지됐다. 구급차를 운용하는 소방인력은 교대로 운영됐는데 지금까지 누적인원이 797명이다. 대구에서 지난 2월 18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이들이 옮긴 환자와 의심환자는 7500여명에 이른다.
해단식에는 염 소방교 등 마지막까지 대구에 남아있던 다른 지역 구급대원 40여명이 구급차 20여대를 끌고 참여했다. 대구 소방대원 70여명도 이들을 환송하기 위해 모였다. 이날 임무를 마치고 떠나는 소방대원들은 “먼저 가서 미안하다”며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남아있는 대구 구급대원들은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고 말하며 떠나는 구급차를 배웅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