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수십명을 성적으로 착취한 텔레그램 ‘박사방’ 등 이른바 ‘n번방’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n번방에 있었다”며 자수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3명의 박사방 유료회원이 자기 발로 경찰서를 찾았다. 앞서 지난달 25일에도 전남 여수에서 “n번방 동영상을 보관하고 있다”며 한 남성이 자수했다. 이들은 자수와 수사 협조를 통해 형의 감경을 노리고 경찰서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형법 5조 1항에는 ‘죄를 범한 후 수사책임 관서에 자수할 때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n번방 사건 가담자들은 정체가 드러날 수 있다는 두려움과 자수해 조금이라도 죄를 감경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자수하는 사람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감경 여부는 재판부가 결정하는 문제라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어느 정도 영향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태원 법무법인 에이스 변호사도 “자수한 피의자에 대해서는 검찰이 상대적으로 적은 형량을 구형하고, 재판부도 이를 감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수가 무조건 형의 감경으로 이어진다고 할 수는 없다. 형량 결정은 재판부의 판단 영역인데다 이번 사건은 비판적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일반 사건이라면 자수가 형을 줄일 수 있겠지만 재판부가 사안의 심각함을 알고 있는 만큼 다양한 요인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음란물 제작과 유포 등에 관련된 사례에서 자수 감경을 인정하지 않은 판례도 있다. 지난해 10월 ‘소라넷’ 운영자 송모(46)씨는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이 확정됐다. 송씨는 남편과 함께 소라넷을 통해 음란물을 배포하고 방조한 혐의를 받고 도주하다 2018년 자진 입국해 구속됐다. 이들은 재판에서 “자수를 위해 스스로 입국했기 때문에 감경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자수 감경을 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