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1000명 가까이 발생했던 코로나19 하루 평균 추가 확진자 수가 최근 100명 안팎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방역당국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조치와 방역수칙을 잘 따른 성숙한 시민의식 덕분이다. 추가 확진자 수가 크게 늘지도, 줄지도 않는 상황이 며칠째 지속되다 보니 곳곳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이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봄꽃 명소가 심하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꺾였다고는 하나 소규모 집단 발병과 해외 유입 확진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등 감염 위험성은 여전하다. 긴장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상춘객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전국의 이름난 봄꽃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그런데도 각지의 봄꽃 명소들은 상춘객들로 넘쳐난다. 지난달 6일부터 15일까지 매화축제가 취소된 광양 매화마을을 찾은 상춘객만 해도 30만명이 넘는다. 각 지자체가 상춘인파를 막기 위해 주차장, 보행로, 공중화장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폐쇄해도 소용이 없다. 상황이 이러니 제주도 서귀포, 강원도 삼척시는 지역의 이름난 유채꽃밭을 갈아엎기로 했다. 아예 상춘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고육지책이다.
누구나 한 번쯤 봄바람을 쐬고 싶을 게다. 그래도 한동안 인내가 필요하다. ‘야외는 괜찮겠지’ ‘나 하나는 어때’ 같은 찰나의 방심이 사회공동체에 돌이키기 힘든 해악을 끼칠 수 있다. 야외라 하더라도 2m 이상의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수 없는 곳은 가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당초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5일까지 2주간 시행키로 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기한을 정하지 않고 연장키로 한 이유도 감염 확산을 우려해서다. 꽃보다 사회적 거리두기다.
[사설] 오죽하면 멀쩡한 유채꽃밭 갈아엎을까
입력 2020-04-03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