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부활’이 지식에서 믿음으로 바뀌자 복음의 능력으로 교도관 사명 다해

입력 2020-04-06 00:08

원만하고 단란한 가정에서 별 어려움 없이 착하고 성실하게 자랐다. 신앙적으로도 모범적이고 인정받는 크리스천이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의 감격이 오랫동안 내 신앙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었지만 내 마음에는 풀리지 않는 한 가지 의문이 계속 남아 있었다. 아무리 내가 받은 감격을 잘 설명하며 전도를 해도 전혀 열매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대학에 진학해 한마음교회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말씀을 듣고 신앙훈련을 받는 가운데 내 믿음에는 예수님이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군에서 제대 후 복학해 다시 한마음교회로 돌아왔다. 여전히 찬양은 뜨거웠고 반복되는 말씀이지만 날마다 새로웠다. 어느 날 예배 중 성령께서 복음을 단순 명료하게 비춰 주셨다. 부활은 모든 사람이 믿을 수 있는 증거로 주신 하나님의 승부수였다. 그리고 그동안 내 믿음의 한계가 있었던 것은 바로 ‘부활’이 지식이었기 때문임을 정확히 알게 됐다.

예수님을 배신했던 제자들, 믿는 자를 핍박하던 바울, 형을 부인했던 동생 야고보까지 죽음을 불사하는 사람으로 변화된 것은 딱 하나,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예수님과 3년 반 동안 함께 생활했던 제자들도 ‘예수님이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후에야 성경과 예수의 하신 말씀을 믿었던 것’(요 2:22)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전한 복음은 너무 단순하고 명쾌했던 것이다. 부활하신 예수님 앞에 서니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모든 생각들이 간단히 정리됐다. 나는 그동안 내가 주인 된 죄를 회개하고 바로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셨다.

교도관이신 어느 장로님의 책을 통해 큰 감동을 받고 영적세계에 눈을 뜨면서 교도관이 되겠다는 꿈을 꾸었고 그 꿈을 달성해 ‘청송교도소’에 첫 발령을 받았다. 마약, 도박, 각종 중독에 빠졌던 사람들이 확실히 빠져 나오는 것을 교회에서 봐온 나는 상황과 관계없이 내 힘이 아니라 언젠가는 역사하실 성령님을 기대하며 복음을 선포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보기만 해도 위협이 느껴지는 문신들, 거칠고 난폭한 언어와 행동,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자해, 자살을 시도하고 교도관에게 물건을 던지며 직원들을 괴롭히고 출소하고 즉시 다시 들어오는 모습들을 보며 ‘이 사람들을 절대로 믿지 마라’,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등의 교도관들 말이 실감났다. 하지만 그래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수용자는 절대 교도관의 시야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철칙이 오히려 내겐 절호의 기회였다. 만기 출소직전의 수용자는 그냥 보낼 수 없어 떠나는 순간까지 복음을 전했다. 창살 사이로 두 손을 마주잡고 영접 기도를 할 때 ‘나가서 신앙생활 열심히 하겠다’고 감격하는 말을 들을 때는 감사의 눈물이 나왔다.

세상은 여전히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다. 교도소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어쩔 수 없이 굳어져 가는 가치관일 것이고 나 또한 낙심할 때도 있다. 하지만 또 한 가지 변함없는 것은 사람은 변한다는 나의 확신이다. 그 확신을 갖고 수용자들을 만날 때 여전히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하려고 애쓰고 있다. 교도소에는 ‘범죄자의 재사회화’라는 목표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세상의 프로그램은 다 들어와 있지만 이들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복음밖에 없다. 복음의 능력으로 맡겨진 자리에서 맡겨진 사명 감당하길 기도한다.

이민우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