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나를 완전히 다른 삶으로 몰아갔다. 남편은 어렵게 직장을 잡아도 오래 정착하지 못해 오히려 집에서 돈을 가져가곤 했다. 원망과 스트레스가 쌓여갈 때 남편은 큰 돈을 벌겠다며 원양어선을 탔지만 얼마 후 다쳐서 귀국했고 모았던 돈은 고스란히 병원비로 다 썼다. “왜 나를 데려와서 이 고생을 시켜? 돈을 벌지 못하는데 무슨 가장이야?” 독설을 퍼붓자 남편도 분을 내며 집을 나가곤 했다.
이렇게 10여년을 엉망으로 생활하던 어느 날 “이렇게는 도저히 못살겠어. 내가 나가든지 당신이 나가든지 하자. 지긋지긋한 이 생활을 끝내고 싶어!” 남편은 그날로 집을 나가 버렸다. 배신감과 억울함도 잠시 나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종일 궂은일을 하며 악에 받쳐 살았다. 삶이 너무 힘드니 ‘그냥 아이들을 두고 도망갈까’ 하는 생각까지 했고 화가 나면 아이들에게 “말 안 들으려면 아빠처럼 집에서 나가”라며 소리쳤다. 이런 삶이 지속되니 딸은 아예 말을 하지 않았고 아들과는 물건을 집어던지다 때론 몸싸움도 했다.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녔지만 교회에서도 빛이 보이지 않은 채 대책 없는 삶을 살던 어느 날 마태복음 7장의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라는 말씀을 듣는데 마음이 ‘쿵’ 내려앉으며 지옥의 공포가 엄습했다. 그때 한마음교회에 나가던 딸이 “엄마가 힘든 건 아빠나 환경 때문이 아니야. 그건 엄마가 주인이어서 그래. 난 엄마가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딸의 ‘주인’이란 말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딸을 따라 교회에 가서 말씀을 듣는데 목사님께서 강조하시는 부활과 내가 아는 부활이 하늘과 땅처럼 다르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부활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을 믿습니까?’ 하시는 목사님과 ‘아멘!’ 하는 성도들의 모습을 보며 4복음서에 집중했다. 그러자 십자가 아래서 도망 갔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후 “예수님이 부활하셨다.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담대하게 순교하면서도 복음을 전하는 제자들이 보였다. ‘아! 그들은 분명히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구나!’ 성령의 강권적인 역사로 부활이 내게 실제가 됐다.
‘구약의 모든 예언을 이루고 부활하신 분! 이분이 진짜 하나님이고 내 주인이시구나!’ 탄성이 터져 나왔다. 부활하신 예수님 앞에 서니 처음부터 나는 하나님을 떠나 내 멋대로 산 악랄한 죄인이었다. “하나님, 잘못했습니다. 제가 예수님을 믿지 않았습니다. 이제 제 마음에 영원한 주인으로 모십니다.” 그 자리에 고꾸라져 온 마음으로 회개하며 고백했다. 그러자 항상 나를 따라다녔던 염려와 분노가 한 순간에 사라지며 큰 기쁨이 나를 덮었다. 20년째 소식이 없는 남편을 위해, 평행선을 달리던 아이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이 됐다.
얼마 전 딸이 결혼했다. 우리집도 사돈댁도 여러 가지 문제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사돈과 손을 잡고 ‘함께 후사가 되고 함께 지체가 되고 함께 약속에 참예한 우리들은 하늘의 가족’ 하며 축가를 부를 땐 마치 하늘 잔치를 하는 것 같았다.
남자 잘못 만나 인생 망쳤다고 원망하며 분노를 쏟아냈던 나였지만 이제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온 가족이 날마다 화목하게 사랑으로 하늘의 삶을 살아간다. 나를 찾아와 주시고 이 땅에 없는 사랑으로 채워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강옥분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