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체력 과거 금융위기와 다르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커지는 은행의 신용경색 우려에 대한 은행 한 임원의 분석이다. 코로나에 따른 실물 경기의 충격이 은행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과거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체력이 크게 개선됐다며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말 15.41%를 기록했다. 신한 우리 하나 국민 농협 등 대형은행들은 모두 BIS비율이 14~16% 수준에 달한다. 이는 美상업은행의 BIS비율 평균 14.6%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BIS비율은 국제결제은행이 정한 건전성지표로 은행의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을 나타낸다. BIS비율이 높을수록 건전성과 안전성이 뛰어난 은행이라는 의미다.
국내은행의 BIS비율을 2008년 리먼사태가 발생하기 직전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2008년 6월말 국내은행의 BIS비율은 11.36%로 지난해말보다 4%p 넘게 낮은 수준을 보였다. 2013년 바젤3의 일부 도입에 따라 후순위채권이 자본으로 인정되지 않는 등 BIS비율 산출 기준이 강화된 점을 고려하면 은행의 건전성이 크게 향상된 것을 알 수 있다.
대출 연체율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지난해말 국내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0.36%로 2008년 6월말 0.79%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44%로, 2008년 6월말 1.14%보다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관리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폭 강화됐다. 은행들은 2017년부터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가 도입됨에 따라 고유동성 외화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외화 LCR은 달러 뱅크런(은행자금 대량이탈) 등을 가정한 상황에서 30일 동안 빠져나갈 외화 대비 즉시 외화로 현금화할 수 있는 고(高)유동성 자산 비율을 말한다. 주요 은행들은 지난해말 기준 100~140% 수준의 외화 LCR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국내은행의 체력이 크게 올라갔다”며 “코로나사태로 실물 경기의 충격이 일부 은행으로 전이된다고 해도 은행의 신용경색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소상공인에 대한 자금지원은 대부분 보증지원이라 은행에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코로나 사태에 따른 실물 경기 위축이 더 장기화될 경우 체력을 기른 은행도 충격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가계 부의 70%를 부동산으로 보유한 상황에서 시장이 침체되면 자발적 구조조정이 불가능해져 한계 채무자의 채무 불이행이 증가할 수 있다”며 “이는 은행의 신용창출 능력을 크게 약화하고, 경매시장의 낙찰가율 하락으로 은행의 대출 여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계원 쿠키뉴스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