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내년부터 ‘70세 정년’ 시대가 시작된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참의원이 31일 본회의를 열어 종업원들에게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기업의 노력 의무’로 규정한 ‘고령자 고용안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 이 개정안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원하는 직원에 한해 정년을 70세로 연장해주거나 전직 및 창업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보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행 일본 법률은 기업이 종업원을 65세까지 계속 고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어 ‘65세 정년’이 사회규범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 기업은 종업원이 65세까지 일하길 희망하면 이를 거부할 수 없다. 이때 임금이 3분의 2 또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일본 언론들을 아베 신조 내각이 이번 개정안으로 우선 고령자 취업 기회를 늘린 뒤 향후 70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극심한 고령화로 일손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시니어 노동력을 적극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사히신문은 “현재 약 80%의 기업은 고용연장 희망 직원을 우선 퇴직시킨 뒤 임금 수준이 낮은 계약사원으로 재고용하는 방식으로 정년을 보장하고 있다”며 “70세로 기준을 올릴 경우에도 많은 기업이 계약사원 재고용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후생노동성은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향후 정부지침안에 근로자 보호책을 추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개정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고령인구 사회보장비용에 대한 대응 차원이기도 하다. 생애주기 중 일하는 기간을 늘리면 사회 전체적으로 재정 부담층이 두터워지면서 연금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내에서는 정부가 고령층 연금 수급 개시연령을 늦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정년연장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위기로 기업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는 가운데 이번 개편으로 기업의 인건비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