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시작된 외국인 예능 포맷이 확장하고 있다. 단순히 모여 앉아 각국 문화를 말하던 토크쇼 형식에서 여행, 먹방, 게임, 한류체험, 토론 등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근 외국인 패널이 등장하는 JTBC 예능 토크쇼 ‘77억의 사랑’(사진) 상승세가 돋보인다. 초반엔 연애와 결혼 등을 다루면서 단조롭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등 사회 전반으로 토론 주제를 넓히면서 시청률이 껑충 뛰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관련된 방송에서는 한국의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루머와 나라마다 다른 신흥 종교에 대한 법적 규제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주에는 JTBC ‘비정상회담’의 주역 타일러, 알베르토, 샘 오취리가 등장해 코로나19을 대처하는 각국의 자세에 대해 토론했다. 마스크를 꼭 써야하는지, 코로나19 발원지는 중국인지 등이 주제로 제시됐다.
갑자기 주제를 다양화 하다보니 여러 한계도 지적됐다. 무엇보다 심도 있는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유창한 한국어 실력이 요구되면서 일부 출연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리액션만 간신히 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2000년대 초반만해도 외국인 예능은 명절 특집 외국인 노래자랑 등 일회성 방송이었다. 본격 도입된 건 2010년 KBS ‘미녀들의 수다’부터다. 여성 외국인 여러 명이 패널로 앉아 한국 문화를 이야기하는 장면은 참신하다는 평이 나왔다. 꽃을 피운 것은 2014년 JTBC ‘비정상회담’으로 다양한 국가의 청년들이 사회 이슈를 놓고 토론을 펼쳤다. 두 프로 모두 토크쇼였지만 ‘수다’에서 ‘회담’으로 수준이 올라갔다. ‘77억의 사랑’은 두 프로의 경계에 걸쳐있다. ‘비정상회담’ 패널이 게스트로 등장했을 때 토론 실력차이는 더 두드러져 보였다. ‘비정상회담 아류’ 딱지를 어떻게 떼야할지 고민해야하는 시점이다.
한 예능 관계자는 “예능에서 외국인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식상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포맷을 만들어야 한다”며 “기존에는 한국 문화를 외국인 시점에서 바라보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국내 예능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프로그램 안에 적극적으로 녹아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