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 바꾸는 유권자의 힘 ①] 21대 총선, 정책·인물·시대정신이 안 보인다

입력 2020-04-02 04:01 수정 2020-04-02 15:39
코로나로 이슈 실종된 깜깜이 선거
양극단의 싸움꾼 아닌 중도와 실용, 합리 중시하는 후보와 정당 선택해야

21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2일 시작됐다. 이번 총선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슈가 실종된 깜깜이 선거다. 주요 정당의 핵심 정책이 무엇인지 모른다. 감염 확산 우려로 대면 접촉도 어려워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인상만 보고 투표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정권 심판이니 야당 심판이니 하는 구호들만 난무하고 있다. 양극단의 진영 싸움 속에 정책과 인물이 가려졌다. 어느 당이 어느 당인지 알 수 없는 떴다방 같은 위성정당들도 난립했다. 비례대표 선거 참여 정당이 35개이고 투표용지도 50㎝ 가까이 된다.

13일간의 선거운동 기간에 막말과 흑색선전, 지역감정 유발 등 혼탁 양상이 나타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미래통합당 공식 유튜브 방송에서 “문재인 대통령 퇴임 후 오랫동안 교도소 무상급식을 먹이면 된다”는 막말이 나왔다. 이번에 처음 투표하는 18세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거나 이들이 정치에 대한 실망으로 투표에서 이탈할까 걱정이다. 하지만 올바른 투표를 하지 않으면 저급한 자들의 지배를 받게 돼 있다. 정치에 대한 실망과 외면은 3류 정치를 낳는다. 온라인이나 각 가정으로 배달되는 선거 공보물을 통해 차분하고 꼼꼼하게 후보들의 인물 됨됨이와 각 정당의 정책을 살펴봐야 한다. 여야가 내놓은 정책 대부분은 새로운 것이 없거나 부실하다.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경우 ‘전 국민 매월 60만원 기본소득 지급’ 등의 내용이 포함된 공약을 공개했다가 실현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커지자 철회했다. 급조된 가설정당의 저급한 행태다.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양대 정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위성정당을 만든 것도 유권자 대부분이 두 당의 세력권을 벗어나는 제3의 선택을 할 수 없을 것이란 오만한 판단에서 비롯됐다.

정치는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 양극단의 정파와 이념에 갇혀 있는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결국 유권자들이 깨어있을 수밖에 없다. 광장으로 몰려가는 패거리 정치에 의존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국회를 장악하게 해서는 안 된다. 양극단의 정치에 충실히 복무하는 싸움꾼들을 국회로 보낼 수 없다. 정치적 상황도 직시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가 정부 실정을 가리고 있다. 이념에 얽매인 정책과 무능을 가렸다. 반면 야당은 과거에 대한 반성이나 대안 없이 정치공세를 일삼고 있다. 한 일도 없는데 반사이익을 얻으려 하고 있다. 시대정신을 읽는 유권자들의 힘이 필요하다. 정파와 이념, 지역에서 벗어나 이성과 합리, 상생과 타협, 중도와 실용의 공간을 확대하는 유권자들의 선택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