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년 극장 역사 조망하며 현재의 공연예술 키워드까지 설명

입력 2020-04-04 04:03

‘극장에 대하여’(사진)는 공연예술계 종사자는 물론 공연 애호가와 초심자 모두가 주목할 만한 신간이다. 2500년 극장사를 조망하면서 2020년 현재를 관통하는 공연예술 키워드까지 조목조목 짚어낸, 흔치 않은 개론서여서다.

이 책은 세 챕터를 거치며 세계 극장사의 횡단면을 훑는다.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에 이르는 서양 극장의 역사와 국내 극장의 변화상을 상세히 기록한 첫 장에 이어, 둘째 장은 재원 마련 방식 등 현대 극장의 운영 전반에 대한 고찰을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최근 공연계 트렌드를 조명하는 식이다.

딱딱한 공연예술 서적과는 다른 친근함이 장점이다. 2015년부터 3년간 세종문화회관 사장을 지냈던 이승엽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썼다. 풍성한 현장 경험을 곁들인 국내외 사례들이 368페이지에 걸쳐 풀어진다. 국립극장과 LG아트센터의 차이 등 공공극장과 민간극장의 간단한 비교로 시작해 극장 운영의 핵심까지 파고드는 두 번째 챕터가 특히 인상적이다.

저자는 책에 ‘모든 극장은 특별하다’는 부제를 붙여놓았다. 입체적인 성격을 가진 극장에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는 의미다. 극장을 “복잡한 고등 유기체”라고 정의한 저자는 자금·인력 운영 등 내부적 요인부터 고령화 등 사회 이슈까지 극장 운영의 변인을 넓은 시야로 조명해낸다.

토털씨어터나 아트 콤플렉스, 재생극장과 이머시브 씨어터 등 떠오르는 극장 트렌드도 명쾌히 짚어준다. 전통만을 고수하는 극장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는 미래 극장에 대해 이렇게 적어 두었다. “내가 읽는 극장의 미래 키워드는 비정형, 탈 장르, 융복합, 혼종 그리고 다양성 등이다. 다른 말로 하면 간단히 규정하기 어려운 단계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기존의 극장은 천천히 무너지고 새로운 공간이 이를 대체할 것이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