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던 도쿄올림픽의 개막 날짜가 내년 7월 23일로 결정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불안한 합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언론은 30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이사회를 개최해 내년으로 연기된 올림픽 일정을 확정했다”고 일제히 전했다.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장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열어 “1년 정도 연기하기로 했던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막식을 각각 내년 7월 23일, 8월 24일 여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모리 위원장이 새 일정에 대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전화회담을 진행한 후 IOC는 임시 이사회를 열어 승인했다.
올해 올림픽은 오는 7월 24일~8월 9일, 패럴림픽은 8월 25일~9월 6일 개최될 예정이었다. 내년 올림픽·패럴림픽 개최 시기는 올해 개막일 기준으로 하루씩 앞당긴 7월 23일~8월 8일, 8월 24일~9월 5일로 각각 확정됐다. 금요일 개막해 일요일 폐막하는 통상적인 올림픽 개최 일정에 따른 것이다.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대회 연기가 어렵게 되자 지난 24일 바흐 IOC 위원장과의 전화회담에서 ‘1년 정도’ 연기를 제안했고, 바흐 위원장이 이를 수용했다. 이후 도쿄도와 조직위원회는 새 일정을 확정하기 위해 IOC와 협의를 진행해 왔다.
그동안 내년 올림픽 개최시기로 봄과 여름이 모두 거론됐다. 여름 개최로 최종 확정된 것은 코로나19가 종식되기까지 시간을 최대한 확보,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여기에 성화봉송과 경기 일정 등 대회의 전반적인 스케줄을 올해 대회와 비슷하게 조정할 수 있는데다 여름 방학 기간이어서 8만여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를 구하기 쉬운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회조직위는 올림픽 연기에 따른 경기시설 재계약 비용과 인건비 증가 등의 추가 경비로 총 3000억~5000억엔(약 3조3500억~5조58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내년 여름에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7월 16일~8월 1일·일본 후쿠오카)과 세계육상선수권(8월 6일~15일·미국 오리건)의 일정 조정이 남아 있지만 두 대회 모두 기간을 조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 일정에 대해 “선수와 관람객들에게 안심하고 안전한 대회가 될 수 있도록 새롭게 준비해 나가겠다”면서 “우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겨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가 내년에도 진정되지 않을 경우 올림픽 개최가 아예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마스조에 요이치 전 도쿄도지사는 이날 남성 주간지 ‘플레이보이’와 인터뷰에서 “수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만드는데 최소 1년 반, 집단 면역을 위해서는 2년이 걸린다고 말한다”면서 “올해를 넘겨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IOC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종식 선언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취소한다고 번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