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역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가 집중된 대구·경북의 경우, 경기 악화 정도가 가장 심했다. 경기회복 전망도 밝지 않다. 기업들이 느끼는 4월 체감경기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노무라증권은 올해 한국 성장률을 -6.7%까지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30일 ‘2020년 1분기 지역경제보고서’를 발간했다. 15개 지역본부가 지역별 주요 기업체와 유관기관 등을 점검한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생산 부문별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지역별로는 대구·경북과 강원권의 피해가 두드러졌다. 제조업의 경우, 대구·경북권은 휴대전화, 철강, 자동차부품 분야가 직격탄을 맞았다. 강원권은 의료기기, 시멘트, 유제품 분야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국적으로 피해가 컸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각종 시설·사업장의 휴업, 외출 자제, 개학 연기 등으로 모든 권역에서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운수업, 교육 및 여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생산이 크게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소비 활동도 쪼그라들었다. 소비심리 위축과 대면 기피, 외출 자제 여파로 자동차, 의류·화장품, 운동·레저용품을 중심으로 큰 폭 감소했다. 다만, 온라인을 통한 음·식료품, 생필품 판매는 전 권역에서 늘었다.
기업들의 자금 사정도 나빠졌다. 수도권 및 동남권은 소폭 악화했지만, 나머지 권역은 악화 정도가 컸다. 제조업의 경우, 석유화학과 자동차 분야가 심했다. 서비스업에선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운수업의 ‘돈줄’이 말랐다.
한은은 “향후 권역별 경기는 코로나19의 세계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지속할 경우, 경기 하방압력의 증폭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은 기업들의 체감경기지수로도 드러났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4월 전망치는 59.3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52.0) 이후 135개월 만에 최저치다. 지난달(84.4)보다 25.1포인트 하락하며 1998년 1월(28.0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44.2), 출판·기록물(46.2), 여행·오락서비스(50.0) 순으로 낮았다.
한경연은 향후 체감경기가 얼마나 더 떨어질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이번 경제위기가 전염병이라는 비경제적인 원인으로 인해 종식 시점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충분한 유동성 공급과 함께 피해 업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무라증권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6.7%로 전망했다. 미국과 유럽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음 달 말까지 엄격하게 시행된 뒤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될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IMF 외환위기 여파를 맞은 1998년(-5.5%)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충격적이다. 노무라증권은 “한은이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재찬 강주화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