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서만 33년을 근무한 구현모(사진) 사장이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공식 선임됐다. 연매출 24조원, 직원 6만명을 거느린 국내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KT의 수장 교체는 6년 만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 데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국내 통신·방송 시장의 산적한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낼지 그의 리더십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KT는 30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38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구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그의 임기는 2023년 정기 주총일까지 3년이다. 구 신임 대표는 취임사에서 “그간 KT가 쌓아온 디지털 역량으로 혁신을 이끌고 개인 삶의 변화를 선도하는 한편 핵심 사업을 고객 중심으로 전환해 한 단계 더 도약시키겠다”고 밝혔다.
KT는 이번 CEO 선임 과정에서 기존 1인 체제를 상징했던 ‘회장’ 직급을 없애고, ‘대표이사 사장’ 체제로 개편했다. 최고경영진 간 효과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배구조의 독립성과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실제로 주총에서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직전 CEO인 황창규 회장이 의장을 맡아 경영 연속성 실현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구 대표는 ‘한국통신’ 시절이던 1987년 입사해 경영지원총괄, 경영기획부문장을 거쳐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역임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것은 물론 ICT 업계에서도 ‘전략가’로 통해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계열사 사장단 인사도 마무리지었다. 핵심 계열사인 KT스카이라이프와 BC카드는 최근 주총에서 김철수 전 KTH 대표와 이동면 전 KT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구 대표가 맡았던 커스터부문장은 강국현 전 KT스카이라이프 사장이 맡는다.
구 대표는 KT의 본업인 통신과 미디어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5G 서비스, 인공지능(AI)과 콘텐츠 등 새 먹거리도 찾아야 한다. 지난해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성공적으로 유료방송 인수·합병(M&A)을 마무리한 것도 그에게는 부담이다. 그간 유료방송 시장 1위 자리를 공고히 지켜온 KT지만 순식간에 점유율 격차가 좁혀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구 대표는 증권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이동통신 부문과 유료방송 사업 등 경쟁력 회복 구상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대표와 각을 세워온 KT 새노조 등 불편한 노사 관계는 극복해야 할 난제다. 또 2만원을 밑돌고 있는 KT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도 당면 과제다. 구 대표는 공식 취임을 앞두고 약 1억원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주총에선 “세계 경제가 불안한 상황이지만 KT에는 기회 요인이 더 크다”며 좋지 않은 경제 환경을 극복하겠다는 자신감도 보였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